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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중한 동반자들’

희망으로 2021. 11. 28. 10:37
‘나의 소중한 동반자들’
When I'm sad
슬픔에 잠길 때
I don't know what to do
내가 무얼 해야할 지 모르고
That's the time I find
내게 친한 친구들이 거의 없다는 걸
but my good friends are few
알게 되는 바로 그 때 난 그대가
but I know you are there to listen
내 곁에서 내 말을 들어주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요
I know you always take the time
난 그대가 언제나 내게 시간을 내준다는 걸 알아요
You and I, we're partners in rhyme
그대와 난, 잘 어울리는 동반자예요
 
오늘 작은 산길을 타박타박 걸으면서 이 노래를 듣는데…
지난 기억이 훅! 몰려와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 노래는 아이슬라 그랜트 & 조니 맥케보이 가 부른
‘동반자를 위한 시’ 라는 곡이다.
(Isla Grant & Johnny Mcevoy - Partners In Rhyme)
스코틀랜드에 태어나 아일랜드에서 활동하는 가수
맑고 밝은 음색과 영어발음이 너무도 정확해 매력적인 가수
아시아에서 비슷한 느낌의 가수로 진추하가 생각난다.
사랑의스잔나 영화 삽입곡 ‘한여름밤의 꿈’과 ‘졸업의 노래’를 부른.
‘아빠, 가수 이름을 보내줘 봐!’
‘알았어!’
막내 딸아이가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할 때다.
내가 무지 좋아하는 아일랜드 포크가수의 음반을 살 수가 없다고,
국내 인터넷에서도 시디를 구할 수 없다는 말을 지나가듯 했다.
주말에 집에 돌아와 쉬던 딸아이가 일요일 저녁에 문자를 보내왔다.
그러곤 밤 12시가 다 되어 메일로 19곡의 노래를 보내왔다.
고마웠다. 그렇게 구해도 못 구한 노래를 보내줘서.
그러나 정작 놀란 것은 그 다음날이었다
월요일 아침, 7시에 아이를 학교에 태워주기 위해 자취방으로 갔다.
아이는 교복을 다 챙겨 입은 채 침대에 폭 꼬꾸라져 맥을 못 춘다.
"아빠 7시20분까지 그냥 잘래, 깨우지마"
아침밥이야 늘 안 먹었으니 그랬지만,
심지어 기숙사 들어갈 보름치 짐 가방도 안 챙긴 채 쓰러져있었다.
"아빠 이거 옮겨가!"
그러면서 딸은 자기 노트북을 내게 내밀었다
세상에... 거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Isla의 노래가 전집처럼 있었다.
무려 11년 동안 발매한 시디 11장의 목록 그대로 200곡을…
밤새 외국 사이트를 뒤져 살 수가 없던 노래들을 구해 놓았다.
해외택배구매는 형편도 시간도 무리라 음원으로 그냥 구했단다.
새벽 3시까지 받다가 잠잤고 다시 깨어서 또 받고 그랬단다.

진짜 감동은 그 노래들을 구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나를 위해 아이가 잠을 포기하고, 애쓰고 마련해서 건네준,
딸의 마음, 사랑이 그 노래에 함께 담겼기 때문이다.
벌써 7년도 더 되었는데도 내 기억은 온도가 식지 않는다
노래를 듣는데 자꾸 눈시울이 뜨겁고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때 그날은 다름아닌 아내와 나의 24주년 결혼기념일이었다.
그래서 딸은 몰랐겠지만 그 노래들이 결혼기념일 선물이 되었다.
그날 하루종일은 아내와 나의 결혼 때문에 행복한 것 이상으로
결혼으로 생긴 아이들로 더 행복했었다. 이후로 지금까지도
“아빠, 어떤 때는 정말 공부가 하기 싫은 날이 있어요
그런데 그때 엄마 아빠가 내가 공부를 잘하면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도 하면서 힘이 난다는 걸 생각해요
그래서 참고 열심히 하곤 해요. 내가 머리가 좋아도
시험 점수가 저절로 잘 나오겠어요? ㅎㅎ”
나보고 시험 성적 좋으면 좋냐고 물어서 당연하지! 그랬더니
딸아이가 한 말이었다. 그때도 많이 감동했었다.
딸아이는 정작 그 말, 그날을 잊고 자기 일로 바쁘게 살고 있지만
아마도 나는 내 기억이 통째로 사라지는 마지막날까지
잊는 건 고사하고 노래를 들을 때마다 새로 선물받는 기분일거다.
앞으로는 점점 멀어지고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들겠지만…
우리 부녀가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서로 챙기던 그 시절
또 다른 하나의 동반자로 살았던 날이 아름답고 기쁘게 남을거다.
‘짜아식! 어떻게 그런 마음을 가졌지? 참 고맙고 이쁜 놈!’
(아래는 그 날 쓴 감사의 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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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잘 어울리는 동반자>
하나님,
우리는 참 어울리는 한 팀 이었지요?
어디나 언제나 함께 머물며 함께 걷고
어떤 일에도 머리를 맞대고 결정하며 앞으로 갔지요.
사랑하는 부모가 세상을 떠나고 마음이 무너질 때
하나님, 우리는 그날에도 같이 밤을 지세웠지요?
캄캄한 밤 그 시간을 못 넘기고 죽을 것만 같았던
괴롭고 외롭고 무섭던 그때도.
아이가 응급실에 실려 가고 새벽 동이 틀 때까지도
나를 알아보지 못해 가슴 미어지며 속 탈 때
그날 밤을 꼬박 같이 기도를 들어준 하나님
그날 하나님은 참 눈물 나게 고마운 파트너였어요.
아내가 쓰러진 후 짧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는 동안
밤과 낮, 추울 때 더울 때, 잠 모자라 늘어질 때
그 숱한 순간들을 같이 견디며 모자라는 거 채워주셨지요?
열 번 백 번 원망에도 한 번도 절교를 선언하지 않으면서…
하나님,
우리는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고 튼튼한 한팀 일거지요?
남은 날이 얼마든지 어디로 가든지 함께 할 거지요?
혹시 내가 넘어져도 일으키고 돌아 서도 기다려줄 거지요?
우리는 그렇게 서로 잘 어울리는 한 팀 이니까요.
정말 고마워요!
사랑하는 딸과 가족과 이웃을 보내주신 동반자 하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