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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늘어난 휠체어열전

희망으로 2021. 11. 1. 12:46

‘순식간에 늘어난… 휠체어 열전’

 

 

어쩌다보니… 집에 휠체어가 4개나 되었습니다 ㅠ

 

1번 휠체어는 무려 9년째 타고 있는 가벼운 휠체어입니다.

그 이전 완전 사지마비때의 31킬로그램의 침대형 휠체어를 치우고 

중고로 산 11킬로그램의 기쁜 기억이 담긴 가벼운 휠체어입니다.

차의 뒷칸에 싣고 내리기가 너무도 쉬워 허리가 덕을 보았습니다.

그러다 2번 휠체어가 오면서 이제는 집안에서만 사용할 예정입니다.

침대에서 거실로, 화장실로 짧게 이동하는 용도로 말입니다.

 

 

 

2번 휠체어는 기쁨이 아닌 아픈 마음이 조금 담긴 휠체어입니다

아내의 난치병이 점점 진행되어 다시 앉아서 오래 버티기 힘들어지며

어쩔 수 없이 머리를 받쳐주고 자세를 좀 눕혀서 회복할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자동차에 싣고 다닐 수 있는 틸딩형 휠체어가 필요해졌습니다.

외래병원 검사와 진료를 가서 종일 버티고 있으려면 꼭 필요하고

잠시 외출을 해도 이제는 수시로 머리를 기대지 않으면 너무 힘듭니다 

지난 번 국립암센터 정기 검사를 갔을 때도 앉아서 버티지 못해

약을 타러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아내는 저혈압과 혈액순환이 안되어

다른 여자 의사분의 도움을 받아 쓰러지기 직전을 버텼습니다

그런 우여곡절끝에 큰맘먹고 12개월 할부로 구입하고 석달만에 받은

수입품 휠체어입니다. 이 휠체어는 외부에서만 사용할 계획입니다.

 

 

3번 휠체어는 목욕용 침대와 의자가 구비된 재활병원을 나오면서

집에서 씻길 때 없으면 감당이 안되는 목욕용 휠체어입니다

임대아파트 욕실은 너무 좁아 일반휠체어는 돌릴 수도 없습니다

부득이 밖에서 미리 태우고 들어가야하고 앉은채 씻은 후

그대로 후진으로 나와야만 해서 목욕용 휠체어를 구입했습니다

태우고 눕혀 머리도 감기고 물을 마음 놓고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아래에는 변기까지 달려 있어서 여차하면 배변도 처리합니다.

 

 

이제 오늘 메인 주제인 4번 휠체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재활병원 퇴원하면서 생긴 치료의 공백중 큰 두가지는 운동 기구입니다

바로 흔히 코끼리 자전거라고 부르는 상하지 관절운동기구이고

또 하나는 다리의 근육을 유지하여 혈액순환과 소화, 배변을 돕는

기립기 운동입니다. 둘 다 가장 기본이면서 꼭 필요한 운동입니다.

특히 아내와 같은 자가면역질환자에게는 급속한 근육퇴화는 

혈전, 호흡기관, 대사장애 등에 치명적이라 더욱 운동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둘 다 200~300만원의 비싼 의료기로 크고 무겁습니다.

좁은 집 가정용 실내에 두기는 부담스러운 운동 기구들입니다.

 

 

그중에 하나인 기립기를 대체할 휠체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휠체어에 실린더와 전기를 사용해 기립기 기능을 제공하는

기립용 휠체어입니다. 전동휠체어나 수동휠체어 양쪽 다 있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무려 350만원대에서 고급은 800만원대입니다

일반휠체어처럼 앉은 자세에서 배터리를 이용 스위치를 넣으면

천천히 그대로 세워서 완전 선 기립자세를 유지해줍니다.

이 기립형휠체어가 고정적인 기립기보다 좋은 점은

첫째 좁은 집에서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않고 필요시 베란다 등에

옮겨놓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동하기도 쉽고 무겁지 않습니다.

두번째 추운 날은 방에서도 하고 거실에서 티비를 보며 설 수도 있고

햇빛좋은 따뜻한 날은 놀이터로 나가 운동겸 외출로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이유로 이 기립형휠체어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가격이 너무 비싸 새 제품은 포기하고 중고를 뒤지던 중

어떤 분이 사용하지 않는다고 판매로 내놓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무려 몇달을 계속 여러 장애인 모임과 인터넷을 보던 중에! 

얼른 연락하고 가격을 정한 다음 선금을 조금 송금했습니다.

그런데… 받기로 한 날 아침에 병원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아침에 출발하기전에 한번 더 작동을 확인하느라 배터리를 연결하고

스위치를 올렸는데… 퍽! 하고 불꽃이 튀더니 고장나버렸답니다

그래서 부득이 돈을 돌려주겠다고…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나쁜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싼 가격에 주기로 했는데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사람이 생겨 바꾸는게 아닐까 하는.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장애인 카페에

그 분이 같은 제품을 사용하는 분들에게 부분 부품이 필요하면 

그냥 분해하여 드리겠다고 올린 나눔 글을 보았습니다.

잠시 오해하여 스스로 부끄럽고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분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혹시 기립용휠체어가 꼭 필요하고 고쳐서라도 사용할 생각 있으면

남에게 주기 전에 제게 그냥 주고 싶다고 의사를 물어왔습니다.

생산공장이 인천에 있는데 수리비 부담이랑 고칠수 있을지도 몰라

자기는 포기하지만 제가 부담하고 다녀올 수 있으면 주겠답니다.

그래서 덜컥 받겠다고 했습니다. 수리비가 얼마나 들어가도 좋고

맡기고 찾고 인천을 두 번을 왕복하는 번거로움도 감수하기로!

그 비싼 금액을 절약하고 좁은 집에서 운동을 해결할 방법이라 

욕심을 내어 얼른 받고 싶다고 달라고 했습니다.

 

 

이제 드디어 오늘 인천까지 이 휠체어를 차에 싣고 가려고 합니다

수리가능한지, 수리비는 얼마가 들어갈지, 아직 모릅니다

그러나 꼭 필요한 용도이고 제 형편에 앞 뒤 잴 수 없는 일입니다.

부디 적당한 가격에 고쳐지고 잘 사용할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작은 사연도 있습니다. 거래를 카페의 닉네임으로 주고 받다가

알려주신 농협 계좌번호로 돈을 보내다가 알았습니다.

제게 양도해주신 분이 저와 성까지 같은 이름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계약금 송금하며 잘못 입력했나 다시 확인하며 그걸 알았습니다.

그렇게 무료로 넘겨주신 그 마음이 고마워 싣고 병원으로 오신 날

왕복 기름값과 식사비를 운전하고 오신 그 아내되신 분께 드렸습니다

남편분은 한사코 사양했지만 이런 인연이 귀해 억지로 드렸습니다.

같은 이름을 가진 한 사람은 오래 세월을 장애인으로 사시고

또 한사람은 아픈 아내를 돌보며 사는 마치 두 갈래 운명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만나게 되어 그 분이 주신 휠체어를 넘겨받다니…

 

혼자 속으로 생각해봅니다. 아니, 기도하는 심정으로 빌어봅니다.

비록 이 업체가 국산화 어려움으로 이 모델은 생산 중단한 것 같지만 

일이 잘풀려서 수리가 가능하고 예상보다 적은 금액으로 해결된다면 

애당초 중고로 사려고 했던 금액에서 수리비를 빼고 보내드릴까? 하고

물론 수리?? 잘 안되면… 그냥 소식만 알려드리고 폐기해야겠지만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