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으로 2021. 8. 29. 09:27

<철인 100종 경기>

 

가보지 못한 곳

이루지 못한 꿈,

만나지 못한 사람은

감옥이 된다

그것들은 아쉬움 

그리움이라는 감옥이 되어

평생 우리를 가둔다

 

요즘 시국은 세상을 

온통 감옥으로 만든다

그놈의 전염병이 더 보탠다

하던 일 접고

보고픈 가족도 못보고

곳곳이 문을 걸어 잠근다

안그래도 사는게 얼마나 힘든데

철인 3종 5종도 아니고

한 100종 경기로 만든다

지금을 견디고 산다는 건

 

이럴 때는 더 정신차리고 

길 잃지 말아야 한다

욕심과 원망에 끌려가면

더 괴롭고 더 낯선 곳에 이른다

방향이 잘못되면

속도는 아무 의미도 없다고

간디는 말했다

예수없는 성공은 

더 크게 망할뿐이라고

스펄전도 말했다

 

좌절이 길가의 돌맹이처럼

수시로 우리를 엄습하는 날들에는

그저 지도를 더 확인하고

이정표를 놓치지 않고

한 발 한 발 걸어야 한다

늪 같은 세상

눈물이 강같이 흐르는 세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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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친구와 약속이 있어 갑자기 올라온 딸이

엄마에게 과일 한팩이라도 주고 가고 싶다고

어떻게 병원에 전해주면 되는지 묻습니다.

‘입구에 계신 방문자 체크하는 직원에게

병실 호수와 이름을 적어 맡기면 돼!’

그렇게 답장을 보냈다가… 

바로 이어 다시 보냈습니다

‘아냐! 보고 싶다…ㅠ 

그냥 병원 옆 건물로 와서 문자 줘!

잠시 나갈게!’

아이 엄마를 5층 복도 끝에 데려가서

창밖으로 딸을 보게할까 했지만

아내가 거절했습니다.

그렇게 보고 손만 흔들다 

돌아서면 눈물날것 같다고…ㅠ

이놈의 세상, 이 무슨 벌 받는지

이렇게 재미없게 살아야 하나? ㅠㅠ

잠시 빨래가방만 전해주겠다고 떼쓰고

슬리퍼에 비오는데 우산도 없이 나가니

반산반의 믿어주는 직원분을 뒤로 하고

문을 나가 딸아이를 만났습니다.

무슨 간첩 접선하듯…

 

 

 

 

 

한 번 안아보고 한 번 등 두드려주고

몇마디를 쏜 살 같이 빠르게 주고 받고

아이가 건네준 과일팩 하나와 

엄마에게 쓴 편지를 가져와 전했습니다

아이 엄마는 맘이 바닥난 환자처럼

아이편지를 가뭄의 비처럼 흡수하며

얼굴에 조금 혈색이 돌아왔습니다.

아이가 울산 어느 본죽집에서 얻어 온 

BTS 사진들을 편지와 함께 담았고

아내는 그 사진과 딸의 마음을 어루만집니다

이 세상은 이렇게 흘러갑니다

무자비하고 거칠고 인정머리 없는 채…

사랑만이 이정표고 지도입니다

생존의욕 잃지 않고 길 잃지 않게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