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으로 2021. 7. 27. 09:34

<팔불출의 하루>

 

국어사전에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팔불출 [八不出]

-열 달을 채 못 채우고 여덟 달 만에 나왔다는 뜻으로, 몹시 어리석은 사람을 조롱하여 이르는 말, 옛날부터 아내 자랑, 자식 자랑 많이 하는 사람을 두고 팔불출이라고 했다.

 

종종 제가 팔불출로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슬그머니 곁을 살핍니다.

혹시 누가 이런 나를 웃으며 보고 있지 않나 하고요~ ㅎㅎ

그래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팔불출이 주는 힘이 분명히 있어서 입니다

지루하고 지치고 가끔은 지겨운 ‘3지’의 무거운 일상의 짐을 슬쩍 줄여주는 

진통제 같은 매력이 있습니다.

 

긴긴 병원생활에 지친 아내와 엎친데 덮친 코로나 통제로 저도 갇혀버린 힘겨움,

어떻게 또 의욕을 내고 새로운 길을 시작하나 고심중에…

딸 아이가 대학 마지막학년의 한학기를 마치고 소식을 보내왔습니다

여지없이… 저는 또 팔불출의 비타민 한병을 마신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 이거 참!’

‘내가 자랑하기는 머쓱하지만’

‘나 사실 공부 좀 할지도~’

 

그런 문자와 함께 성적표를 보내왔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내내 저를 일으켜 세우고 등을 두드린 그 힘입니다

 

 

 

 

 

사실 딸아이가 지금의 대학을 들어갔을 때 기쁘면서도 한편 염려했습니다

학교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과목을 영어로 가르칩니다

학생들이 불평할 정도로 전공은 물론이고 교양과목까지 그럽니다

카이스트도 교양과목은 한국말로 강의하는 편인데… 심합니다 ㅠ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었고 또 하나 문제는 구성원 특성입니다

카이스트와 같은 과학기술원 국립이공대학 특성으로 과학고와 영재고

출신이 절반을 넘어서 일반고등학교 출신들이 경쟁하고 따라가기가 벅찹니다

어느 학교나 쉬운 곳도 없지만 모두가 잘해도 일정 비율은 중간 성적과

낮은 성적을 주어야만 하는 것이 강제 적용하는 비율이기 때문입니다

실재로 전액 장학금을 받는 비율은 약 50%, 반액 장학금이 30%

나머지 20%정도는 장학금을 못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실력이 좋은 학생들만 모인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합니다.

한 때 카이스트도 강제 탈락시켜 학생들이 자살도 하고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일반고를 나온 딸아이가 중간에 의욕을 상실하거나 포기할까봐

내내 마음을 졸이며 아이의 눈치를 보곤 했습니다

 

며칠 전 신문에 나온 아이 학교는 또 세계대학평가에서 순위가 올랐습니다

계속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엄청난 학습량에

아이들이 힘들어 하기도 합니다.

학교가 추구하는 목표와 욕심때문에 따라갈 학생들이 고생을 좀 합니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 때문에 마치 고시원에 혼자 갇혀 공부하는 상황이 되었지요

같이 어울려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공부할 때보다 더 나쁜 상황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보내 온 성적이 더 대견했습니다

올 A도 하는 학생들도 많지만 잘해서 보다 잘 견뎌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알려온 소식은…

장학금을 좀 받으면서 공부할 수 있는 대학원 진학이 가능할 것 같답니다

원래 대학원은 국가 장학금도 없습니다.

각 교수나 연구실 별로 교수님의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우리 집 형편에 등록금을 부담하면서 진학하기는 부담이 큽니다

아이도 알고 있어서 자기 힘으로 해결하면 가고 아니면 취업한다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어찌 잘 될것 같다면서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지원할 예정이랍니다

한 5-6년 걸리는 길고 긴 또 하나의 길을 들어설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대학만 졸업하면 돈 벌어서 원없이 먹고 입고 여행도 가며 산다더니

대학과정을 하면서 공부가 더 하고 싶어지나 봅니다

‘그 지겨운 공부를…등 떠밀지도 않는데 자청해서 하다니ㅠ ㅎㅎ’

그런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났습니다.

 

갈말과 몇몇 분들의 지원이 목이 메일만큼 고맙습니다

중고등학교때 갈말이 연결해주신 대전 새로남교회의 장학금도 그랬습니다

그 도움과 덜어준 부담감이 아니면 더 힘겹고 중간에 멈추었을지 모릅니다

말로만 해야하는 이 큰 감사는 이렇게라도 소식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팔불출의 하루는 제게 살아갈 재미와 행복을 줍니다

그리고 자랑처럼 알리지만 최소한의 감사 인사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코로나로 인한 더 좁아진 상황에 좀 더 숨쉴 여건을 보태주셨습니다

어떤 분들은 빨리 취업하고 돈을 벌어서 집에 보태야지 말합니다만

저는 아이들이 우리가 마주친 불행때문에 인생의 길이 꺾이지 않길 빕니다

훗날 한숨과 원망의 싹이 행여라도 싹트지 않기를 늘 빕니다

그래야 우리도 이기고 인생도 이기고 하나님도 이기는 길입니다

 

오늘도 팔불출 아빠는 하루를 시작합니다

늘 겨울과 여름 심한 날씨에도 생명은 자라는 신비한 능력을 믿습니다

어떤 곤경과 막막함에도 그렇게 견디며 살아가시는 많은 분들을 응원합니다

오늘도 하나님 주시는 평화를! 샬롬~ 

 

2021.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