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실화극장 -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
<다시보는 실화극장 -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
“잠깐만 좀 볼 수 있을까요?”
“예! 무슨 일…”
“다름 아니고요. 환우회에 올리시는 투병소식 있잖아요”
“… 예”
“그거 읽고 무섭다는 분들이 있다고…
자기도 나중에 그렇게 심해질까봐 겁이 난다고 지워주셨으면 싶다네요”
“있는 그대로 서로 정보나 위로를 나누려고 올린건데… 그러면 지울게요 ㅠ”
그랬다.
어느 날 국립암센터 진료를 갔는데 희귀난치병 환우회에서 파견 나온 간호사분이 나를 불러서 글을 올리지 말아달라는 말을 전해듣고 그날로 모든 글을 다 삭제했다. 거의 몇 년을 올렸던 발병부터 진행된 여러 증상과 대처 상황, 가족들의 어려움, 막막했던 심정까지 나누려던 게시판의 모든 글을 지웠다.
지금까지도 월 회비는 변함없이 내고 있지만 내 글은 단 한편도 없다. 그때 그 외로움 막막함 절벽위에서 누군가에게 밀려지는 느낌은 참 슬펐다. 왜 서럽고 미운 마음이 없을까? 조용히 나에게 부탁이라는 형식으로 강요한 그 사정을 나중에 그분이 그만 둔 후 다음 오신 분에게 말했더니 그럴 필요 있냐며 다시 올리라고 했지만… 난 안했다. 누군가 닥칠 일을 두려워 할 수도 있고 나아지는 글만 보고 싶은 심정도 짐작되었다. 사람마다 감당할 그릇과 스타일도 다르니까. 그 이유로 남의 글을 지워라 올려라 하지 않아야 맞는 경우지만 이미 지웠으니…
그 뒤 세월이 흘러도 그때 감정은 딱지가 앉은 상처가 되어 없어지지 않고 기억 한편에 남았다. 그러다 뜻밖에 올해 병원 의사선생님에게서 그 상처가 조금은 회복되었다. 남에게 공포감을 줄 정도로 나빠지던 시절에는 같은 환자에게도 외면 당했었다. 그런데 버티고 잘 견디고 살아난 덕분에 이 질병의 심한 환자 경우에 사는 평균수명을 넘기니 그랬다. 아내의 담당의사선생님이 이 질병 학회모임 비슷한 곳에서 아내가 치료가 잘된 좋은 사례로 칭찬을 들었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고 우리에게 전해주셨다. 의사로 보람을 느끼는 사례가 되었고 고맙기도 하다며 웃는 모습에 내 맘도 다 녹았다.
이것은 로마서 8장처럼 정말 많은 사람들이 서로 합력하여 이룬 선의 결과다. 환자와 보호자와 병원과 의사와 이런 저런 필요를 채워준 돕는 사람들 모두의 결과다. 그동안 높은 언덕을 같이 잘견디며 자라준 아이들에게도 고마웠다. 누가 예상할 수 있을까? 인생이 온 목적과 사는 의미와 마주칠 마지막 끝날을…
내리막길을 달릴 때는 캄캄하고 춥기도 하더니 다시 평지를 만나 순풍을 타고 갈때는 따뜻하고 고마움이 가득해지니. 아마 다시 어느 순간은 청룡열차처럼 또 내려갈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시 나아지거나 혹은 그러지 못해도 우리는 이전과는 달라질거다. 한번 경험하고 한가지 품에 담은 고백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니…
(며칠 전 유튜브를 보는데 이 영상이 내 목록에 나타났다. 내가 검색하고 찾은 것도 아닌데, 아마 자동 추천이나 관련 이름으로 그런 것 같다. 그때도 민망하고 쑥스러워 사실 겨우 한 번 보고 다시는 보지 않았었다. 지금도 그 느낌은 비슷해서 잘 안보게 되는데 참고 보았다.
시간 순서가 바뀐 곳도 있고 좀 과장이나 다른 설명이 된 부분도 있지만 비교적 거의 사실 그대로를 잘 만들어주셨다. 그때 촬영때 삼복더위에 촬영과 인터뷰하러 오셔서 고생하신 분들이 떠오른다. 전달 안되겠지만…내 기록을 남겨주신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
2021.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