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그리운 사람들, 다시 4월이 오면...

희망으로 2021. 7. 26. 10:27

<그리운 사람들, 다시 4월이 오면...>

 

산마다 불난것 같다던 진달래는 이미 지고

무더기로 피고 단단해 보이는 철쭉마저도

색이 바래지며 연두색 잎으로 무성해집니다

아직도 4월인데...

계절은 점점 빨리 오고 빨리 지나가는 멋없는 시절

총각때 4월은 종종 부활절 노래 연습을 했지요

작은 교회라 남녀노소 섞여 구성된 성가대

낮이면 각자 일상에 열심으로 살다가

무슨 일 무슨 고단함이 있었든 뒤로 하고 모였지요

어떤 이는 일터에서 바로 달려와 배가 고프고

어떤 이는 종일 사람이 그립다가 정이 고프고.

모인 사람들은 몇번이나 성가연습에 목소리 높이다가

누군가 슬그머니 사온 빵과 우유에 잠시 멈추고

온갖 깔깔깔 히히덕 냠냠 먹고 마시며 수다를 떨던

그 시절은 진달래 지고 철쭉 붉던 4월이었지요

늦은 밤 돌아가는 발걸음 둘둘 셋셋 방향별로 걷던 날

하늘은 별이 총총하고 가슴은 뿌듯하고 

니것 내것 아깝지 않아 지갑열고 서로 나누던 시절

사람은 그렇게 친해지는 순간이면 아름다워지고

외로움도 고단함도 쥐꼬리만해져 만만해지던 시절

해마다 4월이 오고 이제는 아무도 볼 수 없는 그리움이

잠못드는 밤이면 문득 슬프게 몰려옵니다

그 시절 그 웅성거린던 일상이 정말 좋았는데...

젊고 힘 있을 때는 조용한 거 하나도 안 무서웠지만

이제 나이들어가면서 종종 고요함을 감당못합니다

풀벌레 소리나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조차 없는

적막한 상황은 산소결핍처럼 가슴이 저려옵니다

그런 순간이면 누군가 코고는 숨소리조차 고맙습니다

돌아눕는 뒤척이는 소리와 잠꼬대도 위로가 됩니다

어쩌다 그렇게 그리운 4월에 여전히 꽃은 피고지고

부활절도 변함없이 오고 가는데 

시끌벅적하던 그리운 사람들은 다 사라졌을까요?

서로 안부를 묻고 농담을 던지며 등을 두드리던

그때 하늘에서 내리던 비둘기같은 평강이 그립습니다

그래야 고단한 일상쯤은 밀어내고 

내일 어떻게 살든지 지갑을 열어 뭐든지 나누고 싶어지는

그 아름다운 넉넉함을 다시 느낄텐데...

이렇게 천지가 너무 고요해서 잠을 못이루는 날이면

다시 4월이 오고

진달래와 철쭉이 피고

부활절이 오면

그리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

내 행복도 다시 돌아 오기를 간절히 빕니다.

 

 

2021.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