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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부활절 6] - 사랑! 높은 나무틀에서 죽다. 지금은 무덤속..

희망으로 2020. 9. 5. 08:25

 

<8월의 부활절 6 - 사랑! 높은 나무틀에서 죽다. 지금은 무덤속...>

 

고난의 끝에서, 

간밤에 사내 하나가 죽었다 

더 이상 내려갈 고난이 없다. 

악몽과 병든 몸, 

따돌림과 손가락질, 

사람들이 겪고 사는 고통을 함께하며 

어찌하던지 벗어나게 도와주던 사내가 죽었다. 

그들은 그를 노래하던 입으로 사형을 외치고 

환영한다고 높이 들고 흔들던 두 팔로 돌 던지며 

죄와 냉대, 고립에서 건져진 이들이 떼로 몰려와 그랬다.

그 사내에게 도움받고 등 돌린 배신은 

찢긴 살보다 아프고 새어 나오는 피보다 괴로운데 

높은 나무틀에서 사내가 죽었다 

닫혀진 돌문 

가득 채운 어둠속에 

냉기 가득한 천길 아래 바닥에 떨어진 것처럼 

아무도 곁에 없이 꽁꽁 천에 싸여 

아버지가 시킨 일 도망도 안하고 따르던 사내는 죽었다   

지금은 누워있는 시간 

괴롭고 슬펐던 기억들을 거두는 시간 

왜 여기까지 왔는지 이해하고 수용하는 시간 

아직 아무도 돌문을 열지 않고 

새어 들어오는 빛 한줄 없는 시간 

기억속의 그들은 애증으로 안쓰럽다 

가까이 다가가면 멀어지고 

내버려두면 무릎걸음으로 기어오는 사람들 

손 내밀어 건져 올리면 더 큰 보따리만 요구하는 사람들 

너무 간절해 진심인 사랑은 시큰둥하고 외면하며

별로 오래 못갈 선물만 마냥 좋아라 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최고로 아끼는 누군가가 시킨 미션의 끝은 아프다.

캄캄한 돌 벽에 생각으로 무심히 쓰고 지운다 

‘형제 자매들, 형제 자매들, 형제 자매들...’   

나를 인정하지 않는 친구들은 나를 잊어버렸고, 

나를 인정하는 친구들은 내게서 도망가버리고, 

곁에는 힘없고 자리 없는 여인 몇몇 뿐일지라도 

고난의 끝에서 더 이상 내려 갈 곳이 없다 

지금은 다만 동굴 돌 무덤에 누워 벽에다 이름 쓰는 시간 

‘형제 자매여, 형제 자매여, 형제 자매여...’

 

#죽음_돌무덤_속에서_새벽을_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