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사소한 시작, 그러나 안 사소한 끝

희망으로 2020. 6. 14. 10:57

 

 

 

<사소한 시작,  그러나 안 사소한 끝>

 

부부들이 흔히 겪는 일 중에 자녀들로 인한 다툼이 있다. 

의견차이일 수도 있고 자기주장이 강해 부딪치는 경우일 수도 있다. 

나중에 보면 큰 문제도 아니고 오히려 안 다른 게 이상할 수도 있는데 

정작 감정이 상하고 나면 본래 발단은 아무것도 아닌 채 잊혀지고 

밉고 속상한 마음이 앙금처럼 남아 뒤 이어 다른 일에도 다투기도 한다. 

 

언젠가 우리 부부도 또 하나의 다툼이 생겼다. 

아이가 사고 싶은 것이 하나 있는데 아내와 나는 생각이 달랐다.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설명을 하다가 주장하다가 슬그머니 과열된다.

설명이 설득이 되고, 설득이 예민해지고 그만 강요가 되고, 

결국은 서로 이상한 사람이라며 감정이 상한 채 그만하자고 봉합을 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봉합은 미결이지 해결의 상태가 아니다.

야속하게도 시간은 미결된 감정을 그대로 다음 사건에 연결해버린다.

 

아침밥이 나오고 입맛도 없는 7시 좀 넘어 먹는 밥이 늘 어렵다. 

해서 김치라도 한쪽 먹으면 나으려나 싶어 김치를 꺼냈다. 

대뜸 돌아오는 말, ‘이 아침에 신 김치가 넘어가지도 않는데 왜 꺼내요?’ 

확 속이 상했다. 그리고 얼씨구 잘되었다 싶어 맞대꾸를 날렸다. 

‘나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싶어 꺼냈는데 안 먹고 싶으면 말지,

내가 점쟁이도 아니고 남의 속 생각까지 어떻게 알아! 

그렇게 말하면 뭘 할 때마다 이건 맞을까 아닐까를 고민하느라 하겠어?‘ 

명분을 잡았다 싶기도 하고 공세를 퍼부어도 할 말 없겠다 싶었다. 

민망해진 아내는 잠잠하고 대꾸를 하지못했다. 

하지만 이내 내 속에 작은 재판하나가 슬슬 열리기 시작했다.

이건 지나친 억지고 바람직하지 않은 불행을 부르는 과오라는 자책과.

이럴 때는 빨리 꼬리를 내리고 눈도 내리고 찬 물부터 좀 뿌려야한다.

‘내가 지금 아까 감정이 아직 남아서 이런 것 같다. 마음이 안 풀린 상태가 

계속 이어지는 것 같은데 조금만 이해해주라‘ 

일단 말은 그렇게 솔직하게 아내에게 했다. 또 그건 사실이니까... 

그리곤 복도로 나가 혼자 앉아 한참을 내 속을 들여다본다. 

 

부부들만 아니라 사람들이 이러다가 싸움을 그럴듯하게 한다. 

앞에 내세운 명분이나 싸움거리는 사실은 본질이 아니다. 

그 아래, 혹은 그 전에 상한 감정과 미움이 복수하고 싶은 앙금이 되어

어떤 일을 핑계삼아 터질뿐이다. 

그러니 남들이 아무리 양쪽에서 백날 들어보고 살펴보아도 모른다. 

정작 진짜 싸움의 이유가 된 감정을 알면 창피하고 자존심 상하니까

그럴듯한 명분과 이유를 앞에 내고 그 뒤에 꼭꼭 숨기고 덤비니까.

이런 상태를 빨리 중단하고 고치려고 씨름을 한 게 벌써 30년이다. 

그런데도 아직 다툼이 일어날때마다 부글거려 고전이다. 

솔직하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인정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그렇고, 

쫌스럽지만 나의 욕심이나 이기적인 우월감이 채워지지 않아서

삐친 소산물임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게 민망해서 오래 걸린다. 

 

이럴 때마다 느끼는 또 하나의 사실은 ‘말’ 그 자체다. 

말로 말을 만드는 경우가 왜 그리 많은지, 

마음은 안 그런데 툭 튀어나온 말이 수준이하로 날카롭고 

그 뱉어진 말을 또 덮느라 쓸데없이 체면 세우기 말로 방어하다가

서로 다치게 하는 어리석은 손해를 얼마나 많이 보는지 모른다. 

차라리 벙어리 였다면 시간은 좀 걸려도 말 꼬리는 안만들테니

진심이 전해지고 마음과 다른 이중 행동은 더 이상 안해서 해결될거다.

 

참 사소해보이는 습관성 고집이 계속되면 결국은 계속 다툼이 생긴다.

그러다 거듭되면 안 좋은 사이가 되고 불행한 삶이 되고 만다.

그래서 사소한 일을 대하는 특별한 각오가 없으면 결코 사소하지 않게 된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관계도 그렇고, 

하나님의 이름으로 모여 살아가는 신앙인의 교제에도 그렇고, 

최종적으로는 자기의 일생도 그렇다. 

30년쯤 더 노력하면 지금보다 한 단계 전에 좀더 일찍 차단을 하고, 

아예 전에 생긴 감정을 다음 일에 연결하지 않을 수 있게 될까? 

‘의인은 없나니 한 사람도 없다’는 성구가 생각난다. 

아무래도 이 노력은 내 힘만으로는 안 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고 용서한다고, 고칠 수 있다고 말해주시는 

하나님이 턱없이 고맙기만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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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9개

 희망으로 (2020.05.22 오후 5:45:21)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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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란대로, 그대로...>

모자란대로
고단한대로
미운대로
슬픈대로
기쁜대로
외로운대로
부끄러운대로
아픈대로
막막한대로
심심한대로
누추한대로

그냥 그대로
살겠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 오라하시니!

 생생~ (2020.05.22 오후 7:32:30)  android

답변

두 분중 누가 더 힘들지 여부를 가릴 수 없을 만큼 두 분 다 힘든 상황입니다 범퍼가 없는 차같아서 조금만 스쳐도 상처도 깊고 아픔도 크겠지요 지금 잘 버티고 계십니다
단 하루도 벗어나지 못 하는 상황에서 누구도 더 잘 하지 못합니다 응원합니다 용기를 가지세요

   희망으로 (2020.05.22 오후 7:54:13)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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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퍼가 없는 차’
정말 처음 듣는 표현 입니다!
어쩌면 그러겠다. 아니다! 진짜 꼭 맞는 표현이다!
두번 세번 생각할수록 감탄하게 됩니다.
보통은 충격과 위험을 감소시켜주는 기능으로 범퍼를 앞 뒤에 부착하지요.
물론 멋을 위해 비싼 범퍼를 달기도하지만 첫째는 안전이지요.
가정의 범퍼는 건강, 최소한의 직장 소득 구성원의 평화로운 관계 등등
그런데 많은 부분 범퍼가 사라지고 노출된채 살아가는 중이 맞네요. ㅠ
남은 기능, 가족들까리 서로 챙기고 등 두드리는 하나가 유난히 큰 역할을 하며
그런대로 사는 중입니다만~
응원 감사합니다! 하나의 범퍼가 되네요! ^^

 닛시 (2020.05.22 오후 8:05:02)  android

답변

잘하셨습니다.
그 정도도 안하고 살면 너무 인간미가 없지 않겠습니까? ㅎㅎ
이 풍랑인연 하여서 소망의 항구까지 살아서 도달할 힘이 생기시기를 소망합니다
이제 해가 졌으니 화푸시고 졌다고 선포하시고 웃으버리시기를...
가까이 계셨으면 한잔하자고 하는건데 말입니다 ㅋㅋ

   희망으로 (2020.05.22 오후 8:20:59)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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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 ㅎㅎ
사람마다 한잔이 연상시키는 종류가 다르겠지요?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별로~
밀크티, 막걸리, 라떼, 와인, 냉수, 수박쥬스, 인삼차, 영국홍차 등등
참고로 저는... 다 마실 수 있습니다! 달거나 쓰거나, 심지어 독배까지도~
그런데.. 당뇨조절 때문에 지금은 원두 연한 커피만 마십니다 .ㅠ

 nada1026 (2020.05.22 오후 8:38:29)  andro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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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식탁에 앉아 희망으로님 글을 읽으며 또한번 다짐시킵니다!! "난 이렇게는 못해주니 아프면 안돼!!"

   희망으로 (2020.05.22 오후 9:01:22)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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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해주세요.
저도 아내가 아프기전, 아프기 시작한 초기에도 그랬습니다.
“난 딱 3개월밖에 간병 못해! 그러니 길게 아프지마! 책임못져” 라고...
그거 다 쓸데없는 공수표가 됩디다~^^

 뷰티 (2020.05.22 오후 9:07:15)  android

답변

말이 말을 만드는게 맞는것 같아요.
글을 읽으면서 계속 끄덕 끄덕..
맞아.맞아..

   희망으로 (2020.05.22 오후 9:08:59)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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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요!
그럼 말이 말을 만들지 설마 말이 송아지를 낳겠어요? ㅎㅎ
늘 이거 하던 분이 부재중이라... 뷰티님 심심할까봐 해드립니다! ^^

   뷰티 (2020.05.22 오후 9:12:08)  andro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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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웃겨주셔서..
부재중은 어디에 있는 중학교인지??

   희망으로 (2020.05.22 오후 9:19:11)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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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모르시나요?
부재중은 부재에~ ㅎㅎ
(또 물어보실까봐 미리.. 부재는 어디냐고 하시면
부재중이 있는 곳... 이러면 돌 날아올까요? ^^)

   nada1026 (2020.05.22 오후 9:13:42)  andro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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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미테 장로님의 빙의?

   희망으로 (2020.05.22 오후 9:20:36)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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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남겨 놓는 흔적을 잠시 기억해보는 거지요.
사실 이런 놀이는 오래 전에 그만둔 추억의 놀이입니다만! ㅎㅎ

 sea of glass (2020.05.23 오전 7:11:45)  andro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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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로 인한 다툼은 아마 저희 생엔 없을 듯 하고
행여나 강아지를 나중에 키울 일이 생긴다면
그 때문에 다툴일은 생길까요? ㅠ
저희 부부는 감사하게도 갈수록 싸움을 덜합니다.
늙어가서 지치기 때문이 아니어야 할텐데..ㅠ

   희망으로 (2020.05.23 오전 9:34:50)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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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싸움도 서로 관심이 있을 때만 가능한 현상이라는데...
가끔 싸우세요! 체력 유지와 논리 훈련을 위해? ㅎㅎ

   뷰티 (2020.05.23 오전 10:01:44)  andro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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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가끔 싸웁니다..
자꾸 제게 덤벼요..후한이 두려운줄도 모르고...
머리떨 뽑는것 참고 있어요..

   희망으로 (2020.05.23 오전 11:11:38)  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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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번에는 닭인가요?
머리털 뽑는다 하셔서...
어릴 때 어른들이 닭을 뜨거운 물에 푹 담갔다가 꺼낸 뒤
머리털을 사정없이 뽑으시더라구요!
그러게 덤비는 동물을 키우면 그런 순간도 올거 같아요! ㅋ
강아지는 이쁜 짓 잘해서 귀엽기만 하던데요.
우리가 개(?) 처럼만 하나님께 대하면 사랑 무지 받을건데~^^

   뷰티 (2020.05.23 오전 11:35:31)  andro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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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물 없이도 뽑는 기술이 있습니더..
기술 전수해 드릴깝쇼??
선착순 받습니다..

   희망으로 (2020.05.25 오후 4:48:44)  iph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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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흰머리털만 골라서 뽑는 기술도 있으신지요? ㅋ
아내 머리에 절반이 흰머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