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왜 이렇게 힘들어요?’ 그랬었는데...
<‘하나님, 왜 이렇게 힘들어요?’ 그랬었는데...>
어제는 갑자기 지난 날 마음이 아파서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새롭게 떠올라 종일 무거웠습니다. 아마 기억하는 분들이 많으실 안타까웠던 소식이 전국을 침울하게 했었지요. 장래가 촉망되는 32살 예술인 최고은님이 병과 배고픔으로 굶어 죽었고, 그가 남긴 메모지 한 장이 나의 가슴에 화인처럼 박혀서 슬프게 했었습니다.
[사모님. 안녕하세요.
1층 방입니다.
죄송해서 몇 번을 망설였는데...
저 쌀이나 김치를 조금만 더 얻을 수 없을까요...
번번이 정말 죄송합니다.
2월 중하순에는 밀린 돈들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전기세 꼭 정산해 드릴 수 있게 하겠습니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항상 도와주셔서 정말 면목없고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 1층 드림]
그때도 이 말이 자꾸만 생각나 마음이 아파 못견뎠는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다시 생각만해도 자꾸 목이 매이고 가슴이 저립니다.
-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ㅜ.ㅜ
(병원에서는 입맛 없다고 얼마나 많은 밥과 김치가 버려져 나가는데...)
기사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 최씨는 사망 전에 평소 도움을 주던 송씨의 집 문 앞에 “그동안 너무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라는 내용의 쪽지를 붙여놓기도 했다. - 라고.
그렇게 먹먹하게 종일 가라앉은 심정으로 보내던 연쇄반응 때문이었을까요? 하필 그날 그만 사소한 일로 아내와 다투고 말았습니다. 결국 또 하루를 아침부터 눈물로 시작했습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못난 말 한마디 때문에...
그때 아내는 열흘이 넘도록 사라지지않는 통증으로 불안에 빠져 끙끙 앓고 있었고, 나는 그런 집사람에게 말 한마디 던졌습니다. 제 딴에는 신앙의 모진 각오로 이겨내 보자는 뜻에서 한다고 했지만 다시 돌아보니 짜증과 이미 가라앉은 무거운 기분이 가시처럼 나간 것입니다.
“아마 하나님이 이제 오라고 부르시나보지 뭐! 너무 오래 아팠다. 천국으로 불러주겠다! 그런거 아닐까? 그렇게 부르면 고맙습니다! 하고 가야지!”
어떻게 되었냐구요? 늦었습니다. 후회와 아차! 싶었지만... 아내는 눈물을 주루루 흘리면서 이제는 살게 해달라고 기도도 안하고 빨리 가기를 바란다고 나를 원망하며 슬프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짐이나 되어 저를 힘들게 하는게 미안하기도 하다면서... ㅠㅠ
전혀 그런 맘 없었지요. 그러기를 바라고 있지도 않았고 그런 말을 하려고 작정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정말... 하나님은 아실겁니다. 하지만 간신히 싹싹 빌어서 달래고 아내의 아픈 증상을 주 병원인 국립암센터에 전화로 상담을 했지요. 결국 부랴부랴 가서 피검사를 하고 3일 꼬박 고농도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야한다는 처방이 내려졌습니다. 거의 1년만에 다시 재발이 왔던겁니다. 11번째인지 12번째인지 세기도 헷갈리는...
그것도 모르고 열흘이 넘도록 오래 버티고 짜증만 냈던 그 날은 이래저래 최악의 날이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은 종일 땀흘리고 비위를 맞추며 정성을 다하곤 밤이 되어 녹초가 되고 말았습니다. 바깥 세상은 사랑없어 탄식하며 죽어가는 고통이 넘치고, 안으로는 몸과 마음이 투병으로 지쳐 죽어가는 고통이 짖누르고...겨우 24시간밖에 안되는 하루 안에 무슨 일들이 이렇게 연속이 되는지요. 저절로 이런 푸념이 나왔습니다.
‘하나님, 세상이 왜 이렇게 힘들어요?’
오늘 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알았습니다. 그 힘들었던 날을 한참을 지나고도 여짓까지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그 뒤로도 몇번이나 더 힘든 날들도 넘긴 것이 기적같고 보이지 않는 사랑의 덕분이라는 것도. 용케도 시침떼고 나는 오늘까지 살려주시는 그 은총을 누리고 있다는 얼굴 뜨거운 고백도 합니다. 아내를 천국으로 부르신다는 망언은 그야말로 망한 실언이었습니다. 아내에게 상처를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