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고상하고 착하게? 꿈같은 소리...

희망으로 2020. 6. 14. 10:46

 

<고상하고 착하게? 꿈같은 소리...>

 

재활요양병원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 중의 하나입니다.

보통 4-5개층의 입원실에서 재활치료실이 있는 한 층으로 일시에 올라가고 내려오다보면 엘리베이터 병목현상이 일어납니다.

시간마다 교대로 하니 같은 시간에 우루루 타고 내립니다.큰 엘리베이터는 휠체어 4대가 타면 만원, 작은 엘리베이터는 2대.

시간이 늦은 환자와 간병인들이 급해지면 서로 먼저 타려고 전쟁 북새통이 됩니다. 눈치보고 밀어넣기 새치기 끼어들기...

심지어 도착하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먼저 내려야하는데 나올 틈도 없도록 앞에 조금씩 먼저 타려고 다가섭니다.

번호표 뽑는 은행도 아니다보니 먼저 들이민 사람이 먼저 쏙 들어갑니다. 이게 무슨 스케이트 날 들이밀기 쇼트트랙도 아니고 흴체어 바퀴 밀기라니.

 

간혹 말다툼도 일어나고 멱살잡이도 생깁니다. 처음에는 착한 사람, 마음 약한 사람이 걸핏하면 밀려납니다.

독하게 밀어붙이지 못하고 자의 타의로 양보를 하다보니 그렇게 됩니다. 그래서 양보안하려고 문앞에 바짝 휠체어를 놓았다가 또 밀려납니다.

안에서 내리는 사람 나가도록 빈 공간을 놔두고 대기 하는데도 더 뻔뻔한 사람이 그 공간에 척 밀어놓고 딴전을 피웁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문이 열리면 안에서 내리는 사람이 화냅니다.

‘나갈 길을 내줘야지! 이게 뭡니까!’ 어떤 이는 썅... 소리도 냅니다. 그럼 가장 마음 약하고 염치 많은 사람이 휠체어를 뒤로 뺍니다. 먼저 왔거나 탈 순서가 앞이거나 상관없이, 그 사이 우루루 들어가버립니다.

 

처음에는 그 염치 많고 마음 약한 사람이 종종 저와 아내일 경우가 많았습니다. ㅠㅠ

고상하고 우아하게, 신앙인처럼 착하게 양보도 하고 그렇게 살려다보니 자꾸 닫힌 문 안에서 히죽 웃으며 바보 취급하는 표정이 속상합니다.

처음에는 대개 조선족 간병인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잘 그랬습니다. 그래서 한국 간병인이나 보호자들이 욕하고 비난하더니 점점 같아져서 이제 뒤에 오는 사람들 눈에는 똑같아졌습니다.

역사의 처음을 누가 알며, 안다고 무슨 해결이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이 민망하고 수치스러운 아귀다툼 야만스러운 무질서의 현실상황에...

 

한 번, 두 번 당하다보면 이 악물고 같은 사람이 되어갑니다. 가끔 안그러려고 노력하는 조선족 간병인도 도매금으로 비난받다보면 자기 하나의 노력이 굳어진 이미지를 바꿀 수도 없고 인정도 못받고, 심지어는 같은 조선족 간병인 사이에 별나다 조소도 받으니 포기합니다.

그럼 질문 하나 해봅시다. 무슨 방법이면 이 문제가 해결될지.

고상하고 신앙인답다는 칭찬 들으면서 병원생활 스트레스도 안받고 치료시간 지각도 안해서 피해도 없이 사는 길이 있을지.

병원 고충 쓰는 엽서로 제보하면 해결될까요? 아뇨!

멱살쥐고 쌍욕 계속하면 몇번 후 없어질까요? 아뇨!

법으로 고발하는 대상이 되나요? 아뇨!

그냥 주구장창 남들 다 타기를 기다리다 늦거나 말거나 헤헤 웃으면 되나요? 그러다 속 다 태우고 번번이 치료 시간 줄어드는 스트레스는 어쩌라고...

엘리베이터를 추가로 늘릴 길도 없고 마땅하지 않으니

비슷한 건물에서 운영되는 비슷한 재활요양병원이 다 이 문제를 그냥 안고 가는 중이지요.

한가할 때는 또 문제가 없으니 그때 타라는 사람은 병원생활 안해본 분입니다.

 

이런 풀기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가는 환자와 보호자, 간병인들은 그냥 삽니다. 고상하고 여유있게 사는 기대를 접고 망가진 채로. 그렇게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만한 다른 방법을 써가면서.

먹는 걸로 푸는 사람, 욕으로 푸는 사람, 쇼핑이나 음악 영화 게임에 매달려 사는 사람, 운동이나 산책으로 하루 하루치 피로를 삭여가며 살 뿐이지요.

머리가 모자라 무슨 합리적인 방법을 못찾아서 그렇다거나 인격 수양이 덜 되어 그렇다거나, 그게 뭐 대단한 문제냐거나! 그런 사람은 남의 이야기라서 그렇습니다.

정말 원하지 않는데 짐승처럼 되어 가는 자신이 민망하고 속상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같은 모습으로 망가지는 데 대한 자기 혐오감, 자신에 대한 실망을 피하지 못하고 거듭합니다.

어쩔 수 없는 장소, 상황속 현실을 살아보면 답이 없는 삶도 있다는 걸 압니다.

세상은 여기저기 그렇게 버티기로 살아가는 숱한 사람들이 있다는 팩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