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하루살이로 돌아오면서
<다시 하루살이로 돌아오면서>
어제는 아침부터 서둘러 4군데 병원을 돌고 다시 돌아왔다.
‘망막변성의심’ 진단이 나와 안과에서 10가지 가까운 정밀검사를 했고
1차조직검사를 한 검진내과를 들러 설명듣고 진료의뢰서를 받았다.
잠을 이룰 수 없어 이전 다녔던 정신과 병원에서 15일치 약을 받았다.
그리고 충북대학병원. 아픈 사람이 너무 밀려 있었다.
예약은 했지만 검사와 진료 일정 예약이 아니었다.
일정을 잡기 위한 소화기 담당교수님과 상담 예약, 그것도 10일이나 이후에.
그때 상담후 검사와 진료일정을 잡아준다니 여러번 다니게 생겼다.
돌아오면서 여러 생각들이 스쳐갔다.
그중에서도 ‘다시 하루살이 삶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깊었다.
처음 아내에게 몰아친 희귀난치병 증상들은 정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러다 1년도 안되어 철렁 전신마비로 주저앉아 버린 날은 악몽이었다.
그 상태로 살아가야할 여러날과 여러 일들이 너무 막막하고 무겁게 눌렀다.
그래서 스스로 하루살이가 되기로 작정했다.
그저 오늘 하루만 살아서 버티거나 그것도 못 살면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이자!
때로는 그 하루 24시간도 너무 힘들어 두,세시간으로 쪼개서 버텨야했지만.
그 후 조금씩 나아지면서 하루가 아닌 멀리까지 살 궁리를 했던것 같다.
1년, 5년, 어쩌면 십년 후까지 필요한 주거지나 버틸 건강도 준비해야했다.
그런데... 역시 중증환자와 그 보호자로 사는 긴 삶은 만만치 않았나보다.
쌓인 과로와 스트레스들이 내 몸을 만신창이 되게 했다.
온몸의 구석구석이 노란불을 지나 빨간불로 바뀌어 나타났다.
다시... 하루살이로 돌아가야할것 같다.
오늘 살아내고 오늘 안죽으면 또 하루치만 견디는 단위로.
길게 살아야할 기준으로 보면 모든 것이 어렵고 당연히 실패가 닥칠거다.
대신 미래의 꿈도 꾸지말고 무엇을 기대하거나 기다림도 접어야한다.
조금은 슬프지만... 패배감, 극심한 불안에서 벗어나려면 그래야한다.
지금 오늘이라도 평안하기를 바란다면.
폐암투병중인 김동호목사님이 그러셨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암을 붙잡고 암에 대해서 찾고 묻고
그렇게 시작을 하면 종일 불안하고 우울함을 못 벗어난다고.
계속해서 ‘왜?’ ‘왜 나야?’ ‘왜 하필이면 지금?’ 하면서
‘왜?’만 붙들고 살면 그 질문은 우리를 앞으로 못가게 한다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오늘은 뭘하지?’
‘이제는 어떡하지?’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꾸 던지면
뭐라도 먹고 뭐라도 할 일을 찾아 움직이게 된다고.
그리고 성경보고 기도하고 찬송하나 부르면서
설거지라도 시작하고 쓰레기라도 내다버리러 가고
누구를 만나러 문을 열고 나가는 생활을 하는게
사는 길이라고 하신다.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인하여 살리라’고 했다.
믿는 것은 사람이, 살리는 것은 하나님이 하실 일이다.
믿으면 원망하지는 않는다.
믿으면 불안에 사로잡혀 살지는 않는다.
믿으면 포기는 하지 않는다.
그것은 다 믿을 수 없을 때 일어나는 일이니까.
내가 믿을 것이 남았나? 믿을 사람, 믿을 재산, 그 무엇이든...
아무 것도 없다. 딱 한 분 하나님뿐이다.
그러니 나는 포기못한다.
죽을 때까지 하나님을 붙잡고 살거다.
어떤 죽을 병이나 암이라도
한 번 회복하고 살아나면 영원히 죽지 않을까?
질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은 영원히 안죽을까?
그렇지 않다. 모두 죽는다. 어디를 거쳐 언제가 되든
원망하면서 살면 그게 산 목숨인가? 이미 죽은거지
불안에 떨면서 살면 그게 산 생활인가? 벌써 죽은거지
포기하면 무엇도 의욕이 없고 유익도 없는데 살면 뭐하나
그래서 믿음을 가지고 살면 그 자체가 살아있는 삶이된다.
병이 낫거나 안낫거나 상관없이.
오늘부터 날마다 잠자기 전에 올리는 기도를 바꾸려고 한다.
아내에게도 말했다. 나 이렇게 기도할거라고.
“하나님,
하실 수만 있다면
오늘밤 우리 부부를 고통없이 데려가주세요!
그러나 아니라 하시면 하루를 또 열심히 살겠습니다!
우리는 아무 것도 없고 오직 하나님뿐입니다.
그러니 살든지 죽든지 하나님만 붙잡습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이해는 못하지만
하나님은 생각이 있고 우리를 사랑하신다고 믿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