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말고...가 아니더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말고...가 아니더라>
아는 두 분이 안양에서 만나 멀리 울산에 가는 길에 청주 우리병원을 들렀다. 장거리를 운전으로 가야해서 시간도 체력도 빠듯할텐데 병원생활하는 나와 아내를 응원하겠다고 일부러 오셨다.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분이 그랬다. “전 중년 남자의 갱년기가 오나봐요. 우울해지는 때가 있어요” 속으로 깊은 공감을 했다. 왜 안그럴까, 더구나 오랜 세월을 고단하게 보냈으니. 뇌경색으로 쓰러져 누우신 엄마를 20년이나 돌보느라 청춘을 다 보냈다. (그 이야기를 ‘엄마는 소풍중’이라는 제목으로 책에 담았다.)
그런 일 없었어도 중년의 가장이 짊어지는 무게란 만만치 않다. 나는 그 무게를 너무 두려워해 결혼않고 독신으로 살려고 각오까지 했을 정도였다. 가난한 총각시절 그때 내 눈에는 결혼해서 자녀와 사랑하는 아내를 평생 책임진다는 일이 까마득해보였다.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말고 우울증을 견디고 벗어나세요!” 라는 말을. 그러나 정말 다행하게도 그 말은 목을 넘어오지않고 멈추었다.
2013년과 2018년, 내가 5년 간격으로 두 번이나 겪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했던 우울증, 그 지독하고 슬픈 상태를 떠올리면 마음은 절실하게 그렇게 권하고싶었지만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그러면 안되는거라는 각오와, 실재로 그렇게 십년을 버티고 산 내 지난 날을 떠올리면서 간신히 입 다물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삶과 몰려오는 불행, 책임감, 고단함을 이기느라 온갖 방법을 쓴다. 그러다 더 심하게 망가지고 심지어 생을 끝내기도 하는 것을 주변에서 본다. 술에 기대다가 알콜중독이 되거나 방탕과 유혹에 넘어가 폐인이 되거나, 마약 도박, 그 비슷한 수준의 여러가지 중독성 생활습관에 빠져 악순환을 반복하기도 한다. 결국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상처주기도하고 같이 망하는 길에 끌고 들어가기도 한다.
그래서 신앙을 가진 이들에게는 몰아닥친 1차적 고난 못지않게 그걸 견뎌내면서 망가지지않고 남에게 상처를 주지않는 삶을 사는 것이 더 힘든 숙제일 수도 있다. 고스란히 비를 맞으면서도 의연하고 피를 흘리면서도 바른 정신을 붙잡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그렇게 건강한 다른 이들이 평안히 가는 길을 겉으로는 표나지않게 걸어가야 하는 것은 2차적 고난이고 어떤 점에서는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형편은 나빠도 마음은 원망없이 살아야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물론 그 길이 끝나고 지나고보면 누구나 당연히 안다. 그렇게 산 사람들이 맞이하는 상급은 자신과 가족과 이웃의 평안이며 감사며 악순환 탈출임을! 그 전까지 맨 정신에 바늘로 찔리는 고통을 견디는 과정이 말할수 없지만. 부디 그 형제가 길고 긴 시간의 훈련과 전투를 잘 이겨내기를 응원한다.
‘아마 ㅇㅇ씨는 더 힘센 전사인가 봅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센 전투에 투입하는걸 보면!’ 이게 고작 나의 응원가였다. 어쩌면 내 생각이 아닌 하나님이 내 입을 빌려서 하는 진짜 응원의 말인지도 모른다. 고난의 긴 터널을 지나가는 많은 신앙인들에게 이렇게 말해야하는 것이 마음 아프다.
‘힘드시지요? 그래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살면 안될거 같으니 어쩌면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