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으로 생각 121 - 살날도 총량제일까?
<살 날도 총량제일까?>
재활치료실에서 아내가 치료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앉아있는데 어떤 아주머니 환자 한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 마자 큰소리로 이사람 저사람에게 말했다. “울 아들이 공무원 시험 잘봤어요! 합격했데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넓은 재활치료실로 들어가서는 전화통화를 하는지 큰목소리로 계속 모두가 들을만큼 이야기를 했다. “그래! 아이구 잘했네! 와서 밥먹어야지! 언제 올거야?” 좀 심하다 싶을만큼 길게 한 이야기 또 하고 또 하면서. 원래 치료실 안에서는 전화통화를 못하게 되어있다. 꺼야하는게 규칙이다.
‘그래, 얼마나 기쁘고 자랑하고싶겠어? 이해할만하지’ 그렇게 속으로 이해한다며 속을 다독이고 시끄러워도 참으려 했다. 그런데... 자꾸 열악한 형편으로 공무원시험 준비하다 떨어진 아들이 기억나 샘나고 삐치는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이제 그만 좀하지 젠장...’
속좁은 내 심성은 아내에게 일러바치면서 절반은 이해하고 절반은 흉으로 말하고 있었다. 문득 내 속의 부글거리는 감정이 여러 생각의 조각들이 되어 삐걱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옷입은 착한마음과 옷벗은 질투의 본능이 뒤섞여 있다. 그 온갖 복잡하고 불편한 생각들이 마치 깨어진 사금파리나 유리파편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생각 조각들이 시간이라는 믹서기속에서 마구 부딪히며 돌아가고 있다.
어떤 것은 작고 말랑거리고 어떤 조각은 날카롭고 또 어떤 조각들은 무지 큰 돌멩이처럼 부담스럽게 무섭다. 드문 따뜻한 조각도 있고 더 많게 얼음장 처럼 차가운 조각도 있다. 그것들이 하나의 큰 자루에 담겨 서걱거린다. 그런 상태로 매우 긴 여행을 하고 있다. ‘나’라는 큰 포대자루. 가끔은 찢어져 뭔가 삐져나올것 같이 위태롭고 물러터진 자루의 상태로.
이런 내가 보여 한심한지 한숨이 나왔다. 얼마나 살거라고, 뭐를 다 가져보겠다고, 아이들에게 해준 것 없는 미안함도 모르고 기대는 또 왜그리 하는지. 내 인생도 내 바람과는 상관없이 떠내려가도 속수무책인 주제에 아직도 삶의 법칙이나 삶이 내 능력밖인걸 모르다니. 남은 살 날은 더 가지라는 선물이 아니고 이제는 줄어드는 생명의 시간을 정리하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라는 배려인줄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