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이대로 죽어도 좋아

희망으로 2018. 12. 15. 19:37

<이대로 죽어도 좋아>


치과병실이 조용합니다.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3층 치료실. 환하고 따뜻한 금요일 오후에 치과의자에 누웠습니다. 충치를 때웠던 곳 귀퉁이가 조금 떨어졌다고 손을 봐주었습니다. 굳어질 동안 잠시 누운채로 기다리라고 합니다.


잠이 스르르 옵니다. 많이 아픈 치료도 아니고,  환자가 한명도 없으니 간호사도 선생님도 쉬러 들어가시고 조용하고 포근하니 모자랐던 잠이 몰려 옵니다. 


아... 몽롱해지는 봄날의 느낌입니다. 이대로 죽어도 좋겠다 싶습니다. 통증도 없고 슬프지도 춥지도 배고프지도 않으면서 잠에 빠져드는 이 기분이 행복하기조차 합니다. 하나도 미련이 없을 이 순간이... 오후 4시의 평화로운 휴가입니다.


‘오후 4시의 평화’. 제가 참 좋아하는 말입니다.

조병준님이 인도 캘커타에서 죽음의집 자원봉사자로 지내던 이야기를 담은 책

‘제 친구랑 인사하실래요’의 한 챕터 제목입니다.

그 내용의 분위기가 그랬습니다.

몸살 중 잠에서 깨어나며 느끼던 그 고요한 평화.


“아~ 해보세요!”


간호사의 깨우는 소리에 그만 끝이 났습니다. 천국입성의 황홀한 체험이...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올까요?

두려움도 걱정도 한가닥없이 잠자듯 세상을 떠날 행운의 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