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놀라운 신비, 이 슬픈 고장...
<이 놀라운 신비, 이 슬픈 고장...>
밤 10시부터 아침이 오기까지 세 번, 어떤 때는 네 번을 일어납니다.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에 일어날 때는 몸이 늘어지고 참 무겁습니다.
아내는 난치병이 소변과 배변을 담당하는 신경을 마비시켜버렸습니다.
그 후유증을 고스란히 아내와 덤으로 나까지 감당하며 삽니다.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들은 소변을 ‘참거나 안참기’로 조절합니다.
몸속의 주머니에 소변이 어느 정도 찰 때까지 ‘참기’를 뇌에서 정하면
몸의 신경이 방광에 연락해서 문을 잠그고 기다립니다.
300cc에서 600cc 정도 차면 뇌에서 이번에는 ‘안참기’를 신호로 보냅니다.
그러면 방광과 요도가 열리고 소변이 몸에서 빠져나갑니다.
보통은 이 반복을 죽을 때까지 평생 유지하며 삽니다.
별로 의식하지 않고도 자율로 하고 잠이 들어도 계속 합니다.
참 신비합니다. 몸이 그렇게 조절 기능을 뇌에서 신체기관까지 운행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은 그저 반쯤은 의식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살면 됩니다.
그런데 아내는 뇌에서 작정을 해도 실행기관의 신경이 죽어버려서 못합니다.
늘 문을 닫은 채로 터질 지경이 되어도 안내보내기도 하고
때론 그냥 열려서 종일 줄줄 새기도 합니다. 후자는 더 문제입니다.
쉴 새 없이 새는 소변은 옷이나 이불을 망치는건 문제도 아니고
피부와 엉덩이를 불리고 썩어들어가는 욕창을 부르기에 심각해집니다.
그래서 아내는 일년내내 날마다 약을 먹습니다.
방광 기관에 강직을 부르는 약, 년중 무휴로 문을 닫게 합니다.
의학의 발전은 때론 놀라울 정도입니다. 그걸 가능하게 하다니.
그리고나서 물리적으로 닫힌 요도로 호스를 넣어서 소변을 뺍니다.
하루에 8번에서 10번 정도넬라톤이라고 하는 인공도뇨를 하느라 꼼짝 못합니다.
물론 폴리백 이라고 하는 소변주머니를 바깥에 찰 때는 조금 줄어듭니다.
소변을 비우느라 5번 안팎으로 움직이지만 내 맘대로 시간조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장거리 병원을 가거나 심하게 아플 때, 혹은 수술이나 제가 부득이 외출할 때 합니다.
하지만 방광에 염증을 일으켜서 오래 할 수도 없고 결정적으로 방광의 수축기능,
소변을 담고 늘어났다가 줄었다가 하는 신체적 기능이 퇴화되기에 안합니다.
정상인 많은 사람들이 이 불편하고 돈 들어가며 위태로운 일을 거의 자동으로 합니다.
그러니 신체의 신비는 정말 대단합니다.
그리고 그 놀라운 신비의 축복을 상실하고 괴로운 아내와 덤으로 고생하는 제게는
그 고통이 슬픕니다. 왜 주었다가 가져가시는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리 몸의 수백가지 조절기능들이 자율로 돌아가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잊고 사는 것을 잠시 생각나게 하고 싶어서 입니다.
감사합시다. 그깟 집 한채나 승진 합격 돈 가방 몇개보다 정말 필요하고 중요한
자율운행의 큰 복을 가지고 사는 중임을 우리를 통해 확인하시라고.
이미 알고 계시고 많이 감사하며 사신다고요? 아이구, 부럽습니다.
저는 아내가 아프기 전에는 실감 못해서 입에 불평을 달고 살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오늘도 샬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