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데 소동 보고서?
<비데 소동 보고서?>
얼마 전 병원이 이사를 했습니다.
기존에 있던 상가 임차건물 바로 옆에 신축을 하여서 병원과 환자 모두 통째로 옮겼습니다.
병원을 스무 곳 가까이 살아 본 우리도 입원 중에 이사를 하기는 처음인 경험이었습니다.
7년을 한 병실, 한 침대에서 지낸 정든(?) 기억들과 익숙함을 털고 새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내는 대소변 신경이 모두 마비환자라 자연배출이 안됩니다.
소변은 하루 8번 안팎으로 넬라톤카테터 호스를 이용해 손으로 빼냅니다.
배변은 초기에 사용하던 좌약도 내성이 생겨 몇 년 만에 중단했습니다.
그 후로 날마다 전투를 하는 심정으로 한 시간 가량씩을 씨름합니다.
배를 두드리고 쓸어내리고 힘을 쓰고 비닐장갑으로 빼내고...
인공도뇨와 물리적 배변의 반복.
이 일들이 나와 아내의 삶을 올가미 씌우고 품격 있는 삶을 망치는 주범들입니다.
고단하고 슬프기도 하지만 외출 등 자유로운 시간들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불행입니다.
그 중 배변에 큰 도움이 되던 화장실 비데가 옮기면서 없어져버렸습니다.
정말 낭패였습니다. 병원이 몇 사람 외에는 꼭 필요한 수요가 없다고 판단했나봅니다.
기존 사용하던 비데는 오래되어 교체해야하는데 비용 때문에 안 하기로 했답니다.
“그냥 적응해봐야지 어쩌겠어...” 한숨 쉬며 걱정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사흘 나흘, 도저히 아래로 내려오지도 않고 배변이 불가능합니다.
결국 간호실에 하소연을 했고 간호과장을 거쳐 딱 하나만 설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여자공동 화장실에 딱 하나만 설치하기로 했는데 그 장소가 구조가 맞지 않습니다.
왼손으로 봉을 잡고 일어나고 앉아야 하는데 그 위치가 허공이라 손잡이가 없습니다.
또 내가 앉아서 배를 두드려줘야 할 방향이 바로 벽이라 불가능합니다.
결국 5일째 되는 날 다시 호소를 했습니다.
우리가 머무는 병실에 딸린 작은 화장실에 우리 돈으로 비데를 설치하도록 허락해달라고.
우여곡절 끝에 병원의 허락을 받아냈습니다. 나중에 철거하는 조건으로 정말 고맙게도.
그래서 3년은 의무고 5년을 가입하면 소유권을 넘겨주는 유명한 렌트 비데를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 비싼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아내에게 꼭 필요한 기능이 너무 약해서 도움이 안 됩니다.
처음에는 수압도 약하고 온수도 안 나와 중간에 찬물이 되어버려 고장신고를 했습니다.
방문한 기사가 원래 그렇다며 다른 어떤 모델도 비슷하다고 발을 빼다가 해지를 한다니
그제야 불량품이라며 고치고 교체를 해준다고 말합니다. 화가 났습니다.
아내는 7일째 변도 보지 못하고 배를 잡고 심각한 상황 앞에 놓여있는데 너무 무심한 태도에.
결국 해지를 하고 설치한 제품의 고장이 인정되어 위약금도 안내고 뜯어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아내에게 딱 맞는 비데를 찾아냈습니다.
30년을 이 분야에 종사하신 사장님과 전화로 상담하고 주문을 했습니다.
아내의 상황을 설명하고 환자에게 맞는 기능을 가진 제품을 찾아내 설치해주셨습니다.
그게 관장기능이라는 걸 알았고 따뜻한 온수가 사용 내내 계속 나왔습니다.
또 수압이 필요로 하는 만큼 세게 지원이 되어 여러 가지 속 태우던 문제가 풀렸습니다.
비용은 좀 부담이 되었지만 해결해야만 하는 급박한 상황이라 수용했습니다.
이전 렌트제품은 월 2만5천원씩만 내면 되었지만 이 제품은 일시불로 사야했습니다.
찾아내고 설치해주신 사장님이 렌트를 업으로 하지 않는 분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현금이면 조금 더 싸게도 해줄 수 있다시는데 우리 사정이 그렇지 못했습니다.
부득이 부가세에 할부카드 수수료까지 우리가 부담하고 55만원이라는 금액을 지불했습니다.
그러나... 2-3일 고생을 더 해야 했습니다.
너무 오래 막힌 상태로 장에 채워진 변들이 돌처럼 굳어졌습니다.
야구공만큼 뭉친 상태로 나올 수가 없어서 3일을 손으로 깨면서 빼냈습니다.
한번에는 너무 힘들고 상처도 생겨 조심스러웠고 장에서 밀려 내려와야 가능하기에.
(기본 설치된 양변기)
(개인부담으로 설치한 비데 -치료와 의료보조기 개념으로 허락해줌)
그 소동 이후로 아내는 다시 예전의 해결 상태까지는 돌아갔습니다.
병실에 개인 부담 개인 재산 비데까지 설치하고 사는 경험을 해봅니다.
이런 입원생활 하는 분 흔하지 않고 이 병원에서는 처음 있는 유일한 경우입니다.
그렇다고 아내의 힘든 날마다의 사투(?)가 원천적으로 해결 된 것도 아니지만
생활을 유지할 정도의 수준으로 환경이 조성된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합니다.
이 난감하고 어쩌면 생사가 달린 어처구니없는 벽 앞에 서보지 않은 분들은 실감 못하겠지요.
날마다 먹고 마시고, 날마다 자연배출이 되며 사시는 건강한 분들에게는
그 축복이 얼마나 큰지 온몸으로 느끼지는 못하실 겁니다.
이렇게 병원 이사로 생긴 ‘비데소동’을 넘겼습니다.
넘고 넘은 여러 가지 사연들이 어디 한두 가지가 아니고
앞으로도 또 어떤 일이 기다릴지는 모릅니다.
그래도 한 번에 하나씩 넘어가다보면 어느 날 마지막 언덕을 넘겠지요?
그날까지 가는 여행자로 오늘도 하루살이를 시작합니다! 아자!
(들어가기 직전의 새 병실 - 끝자리 침대가 아내가 머무를 곳)
(새로운 재활치료실 - 열심히 코끼리 자전거를 타는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