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죽는 것은 두렵지 안하 잊혀짐이 서러워

희망으로 2018. 6. 16. 10:54

<죽는 것은 두렵지 않아 잊혀짐이 서러워...>

아이들이 잘못하면 회초리를 들 수도 있지요.
그래도 그건 최후의 방법이라 여겨 저는 아이들에게 약속했지요.
부득해도 회초리는 열살까지만 사용하기로 하고 더는 하지 않기로.
꼭 체벌을 해야만 할 때도 아이들과 서로 합의로 결정했지요.
그래서 무엇이 잘못이고 왜 매를 맞아야하는지 설명하고 몇 대로 할지 물었지요.
거의 아이들이 정하는대로 했습니다.
어떤 때는 너무 낮게 내려서 좀 적지 않느냐하면 매가 아프다고...
그런 매도 열살 이후로는 한 번도 안 들었습니다.
막내딸은 아예 그것도 안했습니다. 오빠들 둘에게 사용해본 회초리 체벌,
그거 별로 좋은 기분도 아니고 어떤 때는 미운 마음으로 한 기억도 남아서.
막내딸에게는 단 한 번도 회초리를 사용하지 않고도 정말 잘 살았습니다.
대신 사용한 끝까지 말로 설명하고 약속을 받아내느라 두어시간 마주하기도 했지만.

그런데 매를 맞으면서 두 아이가 다른 점을 발견했습니다.
한 아이는 매를 맞으면서 울면서도 품으로 달려들거나 아예 도망을 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대개 어이가 없거나 안돼! 하면서도 더 계속할 의욕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큰 아이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품으로 안겨드는건 고사하고 엄살부리며 빌지도 않고 도망도 안갔습니다.
이를 악물고 끝까지 맞으며 아야! 소리도 내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에 어떤 때는 미련스럽다고 밉기도하고 화가 더 나기도 했습니다.
반항하는 또 다른 느낌이 들어서 그랬습니다. 좀 빌던지 도망가지...나쁜 놈! 하면서.

하늘의 아버지, 우리 하나님도 그런 심정일까요?
우리가 잘못해서 벌을 받을 때도 “너무 아파요! 조금만 줄여줘요...” 엄살부리며
품 안으로 파고들면 허허, 웃으며 줄여주기도하고 쓰다듬어줄텐데
“맘대로 하세요! 내 아들이 죽나요 뭐, 당신 아들이 죽겠지요!” 그러며
고개 들고 이 악물고 오기로 그 벌을 당당히(?) 받으면 얼마나 미울까요.

아이들과 그 경험을 하면서 그래도 다행인것은 어이가 없거나 이쁘거나 밉거나 하면서도
단 한 번도 관심밖으로 밀어낸 적은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도.
하나님이 우리에게 늘 그러듯 내 마음도 어떤 경우도 관심밖으로 떠난 적 없다는 것.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은 짝을 잘못 지었지요. 사랑과 미움은 하나의 다른 모습입니다. 
동전의 앞뒤, 손의 등과 안 같은. 관심이라는 한 지붕 아래 두개의 방 같은 거지요. 
연인들의 숱한 밀당속에 하루에도 여러번 변하는 사랑과 미움의 상태를 보면 그렇지요.
사랑했던 깊이나 뜨거움만큼 배신이나 이별로 인한 감정이 극단적으로 밉고 슬프지만
그래도 그것은 여전히 관심이라는 하나의 몸통에서 다른 가지 같은 것입니다.
정말 끝장이 나는 것은 ‘관심’에서 ‘무관심’의 대상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완전히 잊혀지는건 죽음과 같고 존재자체를 상실한 소멸과 같은 거니까요.

몸은 죽고 삶은 사라져도 누군가에게 기억으로 남고 그 뜻이 이어진다면
그는 결코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훌륭했던 사람들의 삶이 그렇고 혹시 헤어져도 사랑했던 이들이 그렇지요.
먼저 떠난 부모님이나 그 위의 가족들이 또한 그렇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기억하지않고 아무도 그리워하지 않으며 
어쩌다 단 한번도 이름조차 살그머니 부르지 않는 사람이란... 정말로 소멸되는 거지요.

동물원 1집앨범에 실렸고 김광석과 유재하도 불렀던 ‘잊혀지는 것’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그 가사에도 잊혀지는 것은 죽음과 비슷한 침묵으로 들어가는 거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리움으로 잊혀지지 않던 모습 / 이제는 기억 속에 사라져 가고
/ 사랑의 아픔도 시간 속에 사라져 / 긴 침묵으로 잠들어 가지’

그리워하고 사랑의 아픔을 느끼는 동안은 잊혀지거나 잠들지 않는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비록 아픔과 미움을 안겨준 사람들도 잊혀지지 않았음을,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렇게 남아있기를 빌어봅니다. 
‘죽는 것은 두렵지 않아 잊혀지는 것이 더 서러워...’

다행히도 하나님은 나에게 약속해주셨습니다. 큰 위로가 되는 약속.

[야곱아 이스라엘아 이 일을 기억하라 너는 내 종이니라 내가 너를 지었으니 너는 내 종이니라 이스라엘아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아니하리라 - 이사야서 44장 2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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