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틈을 가지셨나요?
<당신은 어떤 틈을 가졌는지요?>
큰 지진을 만나면 어떤 건물이 살아남을지 종종 궁금했습니다.
단단하고 빈틈없는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 더 많이 살아남을까요? 아님 의외로 삐거덕거리고 틈이 숭숭한 목조건물이 살아남을까요?
지진이 많은 가까운 일본의 경우를 보면 허술하고 약해보이는 목조건물들이 더 살아남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물론 목조건물의 원리와 장점을 도입한 유연성있는 철근 콘크리트 건물들이 점점 늘어나기도 하고 실재로 잘 견디기도 하니 꼭 맞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고 앞으로도 영영 그럴거라고 볼 수도 없을지 모릅니다. 단지 지금까지 본 바로는 그렇습니다.
어릴 때 철없고 놀이대상이 많지 않은 시골에서 친구들과 했던 작업(?)이 있었습니다. 철로에 못을 놓아서 기차가 지나간 후 작은 칼처럼 납작해진 결과물을 수거하곤 했습니다. 그때 무심코 보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쇠로 된 선로가 이어지는 곳마타 손가락이 들어갈만한 틈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자리를 피해 못을 놓고 침으로 임시 고정하고는 했습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그것은 우연이 아니고 의도적인 설치고 과학이었습니다. 기차 레일의 이어지는 부분을 빈틈없이 이를 딱 맞추어 쇠레일을 연결한 경우 어떻게 될까요? 겨울과 여름을 넘기면서 멀지않아 다 망가지고 어쩌면 그 위를 달리던 기차가 탈선하는 큰 사고가 날지도 모릅니다. 그랬던 이유를 그때는 몰랐습니다.
쇠조차 늘어나고 줄어드는 현상을 감안해 레일과 레일이 이어지는 부분에 간격을 띄우는 틈을 주는 것은 기본이었습니다. 그래야 사고를 막고 고장없이 오래 가게 하는 거 였습니다. 안전장치와 같습니다. 얼핏 헐렁해보이는 나무와 나무 사이의 유격을 일부러 주는 목조건물의 원리처럼.
생각해보니 사람과 사람 사이도 그렇습니다. 너무 완벽함을 주장하거나 스스로 그럴려고 하다가는 삶에도 몰려오는 작은 지진들과 추위와 더위들에 못견디고 무너지고 말겁니다. 아님 그러다 끝없이 긴장하고 추스리다 지쳐 아예 완전히 포기하고 자기 존재를 비관할지도 모르고요.
부모와 자식 사이, 남편과 아내 사이, 연인들 사이 친구 사이, 그 관계들마다 우리가 '사이'라고 부르는데는 그 이유가 있어보입니다. 진짜 사이, 틈이 필요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틈, 중요합니다. 끝없이 당기기만 하거나 놓아주기만 하는 것을 막아주는 일정한 사이는 따뜻한 사람들이 가진 넉넉한 품과 같아보입니다. 일부러라도 만들어야하는 생명의 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