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어느 날의 기억 31
희망으로
2018. 3. 11. 15:43
<어느 날의 기억 31 - ‘기억’>
"뭐해?“
낼모레면 개학하는 고등학생 막내딸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냥 이것저것 미안한데 내놓고 말은 못하고 엉뚱한 말로 돌려서...
"그냥..."
"그냥이 뭐야? 침대에 누워 뒹굴 거리며 멀뚱히?"
"아빠는 뭐해?"
"배고파서 컵라면 먹으려고"
"살찐다. 아빠, "
본론은 다 숨기고 그렇게 끊었다. 돈이 쪼달려 장도 조금만 보자고 했고, 머리가 산발이라 스트레이트 펌을 하고 싶다는 것도 ‘다음에’ 하며 기다리라고 했다. 사실은 그게 미안했는데...
밤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 컵라면이 익는 동안 창밖으로 인적 없고 차들만 가득 찬 시외버스터미널이 보인다. 이곳에서 저곳을 바라본지도 벌써 3년이 넘었다. 봄가을, 봄가을, 그렇게 3번이나...
- '아내가 회복되어 이 병원생활이 끝나면 나도 다시 복귀할 수 있을까? 열심히 벌어서 하고 싶은 거 하며 사는 날이 올까?'
때론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별반 쉽지도 편치도 않다.
그래도 내 마음대로 죽고 사는 걸 결정하는 건 무언가 열심히 사는 분들에게 도저히 미안한 일이라고 슬며시 거두어 들였다.
그 대상 중 가장 첫 번째는 아프면서 버티는 아내.
두 번째는 억울한데도 원망 한마디 없이 견디는 아이들...
오늘도 은혜로 하루가 마감된다.
기억 - 감사합니다! 모두에게, 모든 것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