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가끔은 싫어지는 하나님과 함께 살기

희망으로 2017. 10. 24. 10:33





<가끔은 싫어지는 하나님과 함께 살기>

“나는 아신교입니다! 나를 믿는 교? 하하하!”

예전에 일하던 곳에 친한 동료하나가 하나님 믿는다는 내 말에 그렇게 대답했다.
그래도 그 사람은 정말 성실히 일했다. 자기가 자기를 책임져야했으니 그럴수밖에.

“하나님이 다 하셨습니다!”

말로는 하나님이 다 하셨다지만 속으론 자기가 다 했고 자기의 힘이 아니면 안 된다는 듯 그랬다. 또 어떤이는 정말 아무 것도 안 하기도 했다. 하나님이 다해야만 하도록 땀흘려 일하지 않으면서도 잘 먹고 살았다.

그런데... 나는 그들이 모두 부럽다. 아신교 동료가 그렇게 자신의 힘으로 먹고 살고 주위에서 인정받는 모습이 그랬고 (단지 하나님을 믿지 않는 것만 빼면.) 또 믿는자로 능력과 재물이 넉넉해서 무슨 일에든지 거침이 없이 팍팍 해결하는 쪽도 그랬다.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요. 비오는 날 땅을 기어다니는 지렁이나 채소에 붙어 잎이나 뜯어먹는 벌레와 뭐가 달라요?“

내 처지는 딱 그랬다. 아내가 졸지에 아프면서, 그것도 가벼운 감기정도가 아니라 희귀난치병으로 사람다운 거동을 못하게 되고 나까지 발을 묶어두면서 그랬다.

‘무슨 큰 자리나 한밑천 달라는 거 아니잖아요? 그저 식구들 안 아프게만 해주면 사는 날동안 열심히 몸뚱이 움직여서 먹고 살겠다고요. 아신교 교인이 아니라 당신을 믿으면서도 말입니다. 그거 하나 해주는 게 뭐 대단하다고 이래요?’

나도 모르게 투덜거리는 말이 새어 나오기 일쑤였다. 하늘을 보면서. 가끔 하나님이 싫어졌다. 살면서 정말 많은 고마운 일들이 있었고 주신 자녀도 고맙지만. 예전에는 어떤 상황에도 돌아선 적 없지만 질병의 불행이 닥치고 지치면서 수시로 섭섭하고 미워졌다.

그런데... 빈 하늘에 음성 한자락이 천둥처럼 들려온다.

“나는 둘 다 싫다. 사랑하지도 않는다.
지가 다 했다는 놈이나, 자기는 아무 것도 못한다는 놈이나!
그럼 나는 뭐야? 명색이 하나님인데...”

미안해서 속으로 기도 하나 올린다.

<작은 기도 – 4>

“내가 다 했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야...“

당신 앞에서 
이 둘 다 옳지 않음을
둘 다 사랑스럽지 않음을 
날마다 잊지나 않고 살게 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