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습니다
<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습니다>
어느 날 내 삶, 내 생명이 무너진다면...
아마도 그 주범은 바로 내 자신일 겁니다.
단숨에 당하고 끝나는 고통이 아닌, 노을이 지듯 느리게 점점 어두워지는 긴 고통과 동행하다보니 무엇이 가장 나에게 위험한지 확실하게 알게됩니다.
어느 날 내가 죽는다면 그건 아내의 질병 때문도 아니고 바닥난 병원비 때문도 아니며, 굶어 죽거나 얼어죽는 것도 아닐겁니다. 아마도 그 자체의 위험보다 늘 그것들이 몰고올 고통에 대한 불안과 무너지는 자존심, 또는 그 상황을 못견뎌 발버둥칠 상상에 미리 죽을 겁니다.
그래서 일까요? 하나님은 늘 질병도 가난도, 실패도 아닌 다른 것을 말하셨지요. 밥을 주겠다. 병을 고쳐준다. 성공시켜주겠다. 그런 말이 아닌 다른 말 ‘두려워말라! 근심하지말라! 내가 함께 있겠다!’ 이상하지요? 왜 고통의 원인을 바로 해결할 직접적인 답이 아닌 그런 말을?...
하나님은 아신거지요. 사람이 빵 때문에 무너지는 경우보다, 질병으로 무너지는 경우보다 더 많이 더 자주, 때론 죽음을 포함해서 더 깊이 절망하게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바로 내 안에서 생겨나는 불안, 외로움, 슬픔, 그런 좌절 때문이라는 것을. 그건 뒤집어 말하면 가장 큰 위기와 가장 큰 싸움은 바깥이 아니고 바로 내 안에서 시작되고 그것들이 자라면 언제라도 모든 것을 끝장낼 수 있다는 말이지요.
나는 나를 추스리다가 하루가 가고, 지치고 다시 일어납니다. “당장 밥도 주고 돈도 주고, 건강도 성공도 줄 수도 있겠지만 그게 첫째가 아니란다. 무릇 네 마음을 지키고, 근심하지 말고, 나를 부디 믿어라!” 말하는 하나님을 떠올립니다. 그 말에 조금씩 공감하는 이유는 내 속에 가장 두려운 적이 있음을 나도 종종 느끼기 때문입니다. 날마다 내 생명과 삶을 순식간에 날려버릴지 모를 내 속의 어두운 싹을...
[타인보다 우수하다고 해서 고귀한 것은 아니다. 과거의 자신보다 우수한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고귀한 것이다. - 헤밍웨이]
헤밍웨이의 기준에 따르면 나 자신과 싸워 이겨야 할 이유가 분명 있습니다. 다만 성공이나 자기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생명이 걸려있기에, 죽기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