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여름휴가!...대신 다녀온 나들이

희망으로 2017. 8. 11. 16:53
<여름휴가!...대신 다녀온 나들이>

이번 일산 국립암센터 진료 길에는 막내딸이 동행해주었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관계로 전날 저녁에 아이랑 아내가 먹을 죽도 사놓고 준비를 끝냈다. 예보에 없던 비가 꽤 많이 내려서 빨리 서둘러야하는 상황과는 반대로 안전운전을 하느라 천천히... (마음은 더 조급해지고)

“다 왔어! 잠 깨야지~”

비 오는 날에 이른 아침 일어나 차를 탄 딸은 노래를 듣다가 잠이 들었다. 지루하지 않고 먼길 가는 비결을 아는 아이. 아내는 내내 아이와 같이 움직이느라 다른 때와 달리 대기실 의자에 쓰러지지 않는다. 신기하다! 마음의 기운이 몸에 미치는 결과가~



“어? 티브이 화면에 우리 의사선생님이 나오네? 맞지?”
“그러네! 상 받으셨네!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음, ‘제1회 희귀난치 극복의날’ 받으셨데.”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라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예방, 치료 및 관리의욕을 고취시키고자 5월23일을 희귀질환 극복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그런 날이 있는지 이번에 알았다. 어쨌든, 우리 아내를 담당하는 김호진 선생님이 희귀질환 진단 및 치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니 정말 기뻤다. 누구보다 산 증인이 바로 우리니까!

“참 행운이야! 그치? 이렇게 다발성경화증과 시신경척수염 희귀난치병 분야의 으뜸 선생님을 만나 치료받는 덕분에 이만큼 좋아지게 되었으니!”

돌아보니 참 운도 따르고 회복의 과정도 생명을 위협받는 큰 부작용 없이 진행되어 왔다. 어떤 병원 의사는 부작용이 무서워 항암주사제 치료도 안 해주었는데... 고마움에 마음이 울컥한다. 만약 너무 심한 상태라서 주저하던 선생님께 거부당했거나 마땅한 의사를 못 만났더라면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조차 가늠을 할 수 없던 비상상태였었다.



이런 의사가 상을 받아야 한다. 수 십 년을 국립병원이나 종합병원 경영자들조차 별로 돈이 안 된다고 반가워하지 않는 분위기속에 연구를 계속 해 오신 삶과 인격, 세월에 대한 보상으로.

“안정숙씨! 치료가 잘 진행되고 있네요. 다행히 면역억제 항암제를 몇 년이나 맞는 중인데도 큰 부작용이 아직 없이 양호하다는 건. 이번에 모든 면역기능 수치들 검사해볼 겁니다. 항체, 백혈구, 혈소판, 등 오랜 억제치료에 흔들리지 않는지 살펴봐야해서요.”

정말 다른 혈액검사 때 비해 피를 두 배는 뽑았다. 보통 4개정도 받던 채혈관이 8개가 넘었다. 피 바다(받아)의 바쁜 공간을 빠져나오면서 우리는 중얼거렸다. “종일 빼는 양이 엄청나겟다 그지? 피바다야! 흐흐“

앞 사람들 진료가 밀리면서 애당초 50분 차이 나게 예약했던 두 곳이 동시에 대기를 해야 될 상황이 되어 버렸다. 혼자 갈 때 였다면 분명 낭폐였을 거다. 하지만 이번에는 딸이 지원병이 되었다. 천군만마...는 아니지만 든든한 도움이 되었다. 나누어 두 곳 대기실에서 빠지는 순서를 보며 문자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 폐경기클리닉과 신경클리닉 두 곳을 왔다갔다 하기는 했지만 한결 덜 힘들게 마쳤다. 딸이 오늘 큰 힘이 되고 있었다. 행운과 힘까지 주는!



무사히 검사와 진료를 마친 후 드디어 무려 6개월 전에 약속해둔 귀한 분들과 점심식사를 했다. 보고 싶고 만나고 싶었던 아름다운 사람들! 미리 허락을 받지 않았기에 누군지 이름도 사진도 못 올린다. 맛있는 밥과 차를 마시면서 무려 두 시간이나 이야기도 나누었다.

늦은 시간 돌아온 병실에는 딸아이가 두 주마다 보내주는 꽃배달이 와있었다. 늘 아이는 떨어져 있고 우리는 그 꽃을 받으면 풀어서 꽃병에 담아 사진을 찍어 아이에게 보내곤 했었다. 그런데...오늘은 희한하다. 꽃을 보낸 아이가 같이 그 꽃을 받고 풀고 담아서 즐겁게 감상을 하다니! 기념으로 사진도 찍고 처음 바로 고맙다는 인사도 했다. 아이가 같이 있어주는 기쁨이 또 하나가 늘었다. 앞으로 살면서 그런 날이 더 많아지면 참 좋겠다.





그러고 보니 돌아오는 길에 또 센 빗줄기를 만났지만 내 마음에는 비가 내리지 않고 밝은 햇살만 가득했었던 것 같다. 사람이 아프다고 늘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더라는 경험을 한 날이다. 가족의 소중함, 사랑을 나누며 사는 사람들이 있는 이 땅도 귀하다는 것도.

다음 날에는 또 어떤 상황이 올지, 어떤 처지로 그 날을 넘길지 모르지만... 고마운 날의 추억은 그 날을 견디는데 든든한 힘을 줄 것이라 믿는다! 오늘 계신 하나님이 그 날에 안 계실리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