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간병일기 3329일 - '생의 비밀 한가지'

희망으로 2017. 6. 21. 09:15



<간병일기 3329일 - '생의 비밀 한가지'>

새벽에 측정한 혈당체크에서 나는 또 당뇨병 진단수치가 나왔다. 그래도 환자인 아내는 정상수치다. 다행인가? 맞다! 감사하다.

아침밥 대신 나오는 흰죽도 탄수화물 높아 당뇨에 피해야할 식품이라 대충  둘이 반쯤먹고 내보냈다. 피해야할 음식 뭐뭐, 더해야할 운동 뭐뭐, 주기적으로 체크해야할 몇가지... 번거롭다. 

허리가 고장나서 눕고 일어날 때마다 통증이 만만찮아 병원 근처 의료기상을 가서 허리복대 하나를 차고 왔다. 병실로 와도 덥다. 이른 아침부터 더운 공기가 훅 창문을 넘어 들어 온다. 몸이 늘어진다. 기운도 없고 그냥 이래저래 움직이기도 싫어진다.

알람이 띵동! 누운 나를 일으킨다. 도무지 인정도 눈치도 없는 기계들의 정확성이라니... 

주섬 이거 저거 꺼내서 아내가 먹을 건강식을 탄다. 벌써 몇년째인지도 가물거리는 긴 세월동안 심하게 아플 때 빼고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두유에 밀기울 두스푼, 마비된 배변신경에 유익하고 면역력도 키운다고 아는 분이 권해주셔서 시작했었다.

"아하!" 

갑자기 번뜩 떠오르는 사실 하나가 번개처럼 나를 감전시킨다. 이 먹거리의 효과가 문제가 아니다. 수고와 생색이 대수가 아니다. 이건 내 생명을 살리는 기획이었다.

"심술쟁이 영감님 하나님의 의도..."

걱정할 자녀도 없고 돌봐야할 아내도 없어서 할 일이 없다면... 이렇게 무기력하고 병 들었을 때 그냥 죽기 참 좋을거다.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내버려두면 시간문제지 죽는 건 뻔하다. 

독신으로 살겠다는 청년때의 결심을 꺾고 기어이 나를 결혼시키더니 그 이유가 있었다. 책임질 가족을 주고 동볼 아내를 병들게 하셔서라도 내가 생명을 쉽게 버리지 못하게 하시려는 오래 계획하신 수작이 틀림없다.

"...이렇게까지 나를 살리셔서 어디에 쓸꼬? ㅠ"

함부로 버리지 못하게 말리시는 하나님 덕분에 오늘도 움직였다. 고맙게도. 하나님이 기획하시는 생명유지의 비밀 하나를 더 알았다.

(2008.5.9 - 2017.6.20 맑은고을병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