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간병일기 3273일 - '걱정맨의 감사?'
희망으로
2017. 4. 25. 19:13
<간병일기 3273일 - '걱정맨의 감사?'> 아내가 깊이 잠든 나를 깨웠다. 소변이 차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시린 눈을 참고 일어났다. 문제는 용무를 마치고 다시 누웠는데... 아, 잠을 이룰 수 없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38분. 종종 생기는 일이라 익숙할만도 한데 오늘도 멀리 서쪽끝하늘에서 몰려오는 손바닥만한 작은 구름이 머리위로 집채만큼 커져버렸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열이 되고... '생각에게 허리춤을 잡히면 잠을 못이룬다. 주께서는 사랑하는 자에게 단잠을 주시는데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것은 주께 사랑받지못할 상태로 사는 것 같아 미안하다.' 성경에는 이 단어가 정말 많이 나온다. '근심, 걱정,염려' 주로 하지말라고 부탁의 용도 부터 경고성 말씀으로. 얼마나 잘 안되면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계속하고, 태어나서부터 죽는 순간까지 거듭 쉬지 않고 하실까. 아내와 아이들은 언제부터인가 나를 '걱정맨'이라 부른다. 놀리느라 시작했지만 자주진지하게도 한다. 크고 작은 일들에 노심초사하고 잔소리가 많아졌다고. 물론 아내가 아프기 전에는 그렇게 불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걱정의 대상이 점점 종류가 늘어나고 양도 늘어난다. 해마다 높아지는 간수치가 내려가지 않는다. 간이 더 붓고 있다. 쉽게 피로해지고 심지어 잠시 나들이나 작은 양의 밥을 먹은 후에도 식곤증을 못이기고 누워서쉬어야하고 짧은 잠에 빠지기도 한다. 무슨 뾰족한 방법이 없을 것 같다. 상황이 쉬 바뀌지 않으니 계속 불규칙한 짧은 수면시간과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자질구레한 걱정을 떨치지 못하니. 참으로 믿음없고 하나님 보시기에 미운 짓을 계속한다. 어쩌면 모든 불순종 불신, 사랑없이 사는 인생들의 바닥에는 출발이 걱정 근심 염려였을지도 모른다. 광야를 지날 때 이스라엘백성들의 행동도 그랬고 신약시절의 예수님 눈에도 많은 이들이 그랬을것이다. '내일을 염려하지말라, 하나님이 지킬 것이다' 그렇게 누누이 말해도 듣지않으니 또 하고 또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제 걱정 근심 염려를 그냥 안고 살아가기로 작정한다. 그리고 오히려 감사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예전에 오랫동안 나 자신의 돈 벌 능력과 건강을 믿고 살 때는 그렇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을 속으로 못났다고 단정했다. 믿음이 부족하다고 감히 내려보는 평가도 하면서. 언제부터인지 그런 내가 변하기 시작했다. 말에 좀 억지가 있어보일지 모르지만 내 능력과 자신감의 범위를 벗어난 삶을 피하지 못하고 살면서 나는 오히려 걱정 근심 염려와 함께 감사와 순종, 의탁을 하기 시작했다. 안 그럼 살길이 없기도 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어서. 내 걱정과 근심 염려는 나를 송두리째 뿌리뽑는 불행이 아니라 다만 불편하게 만드는 가시 같은 것으로 더불어 산다. 죽고 사는 생명의 문제나 일이 되고 안되고 결과에 대해서는 잊는다. 단지 허리춤을 잡혀 종종 한숨을 쉬거나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생활의 불편함을 가져오고 가족들에게 놀림을 받는 차원이다. '나의 죽고 사는 것을 담당하시고, 그 이후의 영혼까지 책임지실 하나님을 믿습니다. 하여 다만 찬양하고 감사드립니다! 아멘!' (이미지는 페이스북 친구인 네군자 백혜숙님의 성구액자 - http://storefarm.naver.com/negunja ) 2008.5.9 - 2017.4.25 맑은고을 병실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