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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기도(101-105) 어디 핀들 작은 풀꽃처럼 살기를

희망으로 2017. 2. 25. 08:25

<짧은 기도(101~105) - 어디 핀들 작은 풀꽃처럼 살기를

 

 

101.

 

아직 닥치지 않은 것들이 마음을 누릅니다.

나중에 아들 딸이 그들의 아이들을 데리고 오겠지요?

아들의 아들, 딸의 딸을 누일 곳이 없습니다.

 

 

아직은 일어나지 않은 것이 눈앞에 보입니다.

여기저기 망가진 몸이 마침내 내 발목을 잡고

아내가 요양원 어딘가로 실려 가는 처지

 

이유도 없이 극단적인 불안이 몰려오는 건

필시 마땅한 현실이 아닐 겁니다.

내가 믿는 고난의 끝도 아닐 겁니다.

 

그러나 그날이 아닌 오늘 지금은

오직 살림에서 생명까지 다 맡기고 잠에 드는

그런 평안이 가장 필요합니다. 하나님...

 




 

102.

 

남의 말이 자꾸만 듣기 싫어지고

남에게서 못나고 초라한 점만 자꾸 보이면

사실은 내 속이 점점 옹졸해지고 있음을 알게 해주셔요.

 

아이들이 단지 짐짝처럼 고단하게 느껴지고

사람도 하나님도 내일도 점점 믿을 수 없어진다면

정말 변질되는 것은 나 자신임을 깨닫게 해주셔요

 

남에게서 배고프고 춥고 외로운 슬픔만 느껴진다면

원인은 내 사는 기쁨이 없어 메말라가고 있어서 입니다.

그러니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우리 모두를 불쌍히 여겨 돌아보소서!"

 

 




103.

 

온전한 사랑을 말할수록 미움이 자꾸 커집니다.

그 사랑을 망치는 세상의 악이 미워서 그렇고

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속은 괴롭고 부글거립니다.

 

깨끗한 마음을 바랄수록 탁함이 보기 싫어집니다.

약한 이들을 살기 힘들게 하는 세상의 방식과 사람들이 그렇고

기준이 높아질수록 벌어지는 내속의 추함들이 그렇습니다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다고 탄식하던

신앙의 선배들에게 주신 은총을 구합니다

턱없이 먼 두 세계의 간격을 눈감아주고 메우시는 하나님...

 




 

104.

 

이 세상살이 마치고 떠나는 날

이름도 재산도 명예도 아니고

기도 하나만 남기고 가기를...

 

무엇을 달라는 기도도 그만하고

무엇이 되게 해달라는 기도도 접고

누구를 부탁한다는 기도도 내려놓고

 

사는 동안 그저 감사했다는

기도 하나만 남기고 갈 수 있게 해주세요

지금부터도 그럴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요



 




 

105.

 

풀만큼이라도 되어서 살고 싶어요

돌 틈이나 벌판이나 춥고 더운 곳이라도

원망 없이 푸르게 푸르게 그렇게

 

그러다가 어느 날

작은 풀의 꽃이라도 피어낸다면

기뻐 춤추겠습니다

 

너무 많은 욕심과

너무 많은 원망으로 말라버린

내 생명이 안타까워 풀만큼이라도 살게 되기를

손 모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