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일기 3045일 - 생각이 운명을 끌고 간다
<간병일기 3045일 - 생각이 운명을 끌고 간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 제수씨는 좀 괜찮나?”
“여기저기 후유증이 돌아가며 닥쳐서 좀 힘드네요...”
생활성가를 작사 작곡, 노래하며 수십 년째 보급해오는 형이 안부를 물어왔다.
비 오기 전 하늘처럼 무겁던 내게 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는 타이밍이었다.
형이 몇 마디의 위로와 함께 이 글귀를 보내왔다.
읽어내려 가는데...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핑 돈다.
‘생각을 조심하세요
언젠가 말이 되니까
행동을 조심하세요
언젠가 습관이 되니까
습관을 조심하세요
언젠가 성격이 되니까
성격을 조심하세요
언젠가 운명이 되니까‘
좋은 말인지 왜 모를까, 어쩌면 처음 보고 읽는 글귀도 아니었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자주 느끼지만 같은 말도 그때 그때 내 처지에 따라 엄청 달라진다.
누구에겐 식상한 진부한 말도 누구에겐 때론 인생을 뒤집어 놓는 울림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에겐 그런 말이나 구절, 때론 음악이나 영화가 한 두 개씩 있기도 하다.
- 생각이 말을,
‘저 사람 참 맘에 안 드네...’
그런 생각 했더니 나도 모르게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만 하면 험담이 나와졌다.
때론 나중에 알고 보니 오해인 적도 있고, 그럴만한 이유도 있었지만 이미 엎지른 물이었다.
‘왜? 왜 나와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이런 불행이 오는 걸까? 뭘 그리 잘못했다고?’
그 생각을 떨치지 못해서 만나는 사람마다, 억울하다는 말이 툭 툭 나왔다.
장님으로 태어난 사람이 자기 죄 때문이 아니었다고 예수님이 그렇게 말했는데도.
생각은 말의 뿌리라는데 동의를 하게 된다.
좋은 생각을 하지 않으면 좋은 말이 제대로 안 나오는걸 자주 확인하면서.
- 행동이 습관을,
‘먹고, 또 먹고...’
스트레스, 불안, 고단하고 분노할 거리가 생길 때마다 뭐든지 입으로 집어넣었다.
딱히 배가 고파서도 아닌데 군것질과 누가 주는 먹거리를 남김없이 먹고 또 먹고.
그랬더니 배가 나오는 건 기본이고 지방간도 수치가 올라 간다.
그것 때문인지 건강검진 때마다 여러 가지 경고가 나오는데도.
이젠 간식거리가 떨어지면 겁이 난다. 더 나가 딱히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먹어댄다.
습관이 되고 말았다. 지나친 칼로리를 섭취하는 행동이...
- 습관이 성격을,
처음에는 꼬박 꼬박 설명을 했었다.
그런데도 자꾸 전투적으로 시비를 거는 사람에게 시달리면서 나도 변해버렸다.
‘에이, 확!’ 바가지나 세면용품을 바닥에 집어 던지기도 했다.
아내의 화장실 사용시간이 길다고 기다리다 투덜거리는 사람들을 향해서.
싸움닭처럼 날카로워 지기도 하고, 애당초 사납게 타고난 사람처럼 되었다.
나중에는 어디서 무슨 일이든 기분이 안 좋아지면 나도 모르게 그랬다.
‘오늘 누구든지 한 번 걸려만 봐라, 시비 걸면 확 긁어버릴 테니...’
아내는 그렇게 변하는 내 모습이 무례하게 싸움 거는 남들보다 더 슬프다고 했다.
무섭고 견디기 힘들다고 울먹거렸다.
나라는 사람 만만치 않으니 제발 냅두라고 일부러 그렇게 보이려 시작했는데,
돌아보니 아주 멀리 와 있었다. 매우 거칠고 깐깐한 사람이 되어서.
그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어느 사이 변해있었다.
- 성격이 운명을,
이젠 내 앞의 길이 슬슬 휘어지고 있나보다.
마냥 긍정적이고 감사로 받아들이던 이전과 달리 자주 날카롭고 비관적이 되었다.
그 후유증으로 나는 자주 우울해지고 남들은 슬슬 뒤로 물러나기 시작하고...
아직은 정도가 심각하지 않고 계속 그러지는 않지만 아마 더 심해질지 모른다.
가까운 가족과 이웃부터 불편을 느끼면서 말 건네지 않고 돌아설지도.
오래 된 친구는 떠나고 새로운 친구는 다가오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내 운명은 들판에 홀로 선 나무나 사막에서 길 잃은 나그네처럼 되어버릴 거다.
‘생각 하나가 내 운명을 좌우로 결정하는 핸들이 되어버린다니...’
딱 지금 내게 필요하다고 준 글귀가 나를 멈추게 했다.
‘삶’을 싣고 달리는 나라는 차가 더 망가지기 전에 점검하게 했다.
생각, 말, 행동, 습관, 성격 이라는 부속품들을.
‘마더 테레사의 이 귀한 글귀를 때맞추어 나에게 준 것이 정말 그 형일까?
혹시 뒤에 안 보이는 누군가의 사랑에서 나온 건 아닐까? 어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