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여! 암만, 신의 실수지...
<실수여! 암만, 신의 실수지...>
"아무래도 하나님이 실수하고 빠트리신거 같애...그치?"
"뭐가?"
"들어봐, 왜 수도꼭지가 있어서 물을 조금 나오게 잠그기도 하고 많이 나오게 열기도 하잖아, 사람도 머리위나 뒤에다 그렇게 잠그고 여는 꼭지를 달아주었어야 했는데 없어"
아내는 싱겁다는 듯 픽 웃었다.
그런데 나는 정말 웃음이 나지가 않았다.
늦은 아침 밥을 마주앉아 먹다말고 치받치며 부글 끓어 오르는 화때문에...
결국은 수저를 놓고 그만 치워야 했다.
전 날 이맘때인 아침, 어떤 사람 때문에 아내는 심장이 경직되어 숨을 못쉬는 비상사태가 왔다.
욕을 하고 순간적으로 소리지르는 것에 여러번 잠결에 놀라던 아내에게 기어이 일이 터진 것이다.
조금만 목소리를 낮추어 말해달라고 부탁하는데...돌아온 답은 사람 속을 기어이 업어 뒤집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육두문자만 빼고 한바탕 퍼부어주었다.
그냥 부탁이 아니라 환자의 건강이 달렸고, 심하면 생명이 달린 문제인데 시비조로 답을 하다니...
간호사실에서 앞뒤사정을 조사하고 우리를 위로해주셨다.
그런데...이게 안 사라진다. 시도 때도 없이 욱!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안구러고 싶은데, 정말 싹 털어버리고 아무 일 없는 듯 가볍게 살고 싶은데 안된다.
화.
기억이라는 뿌리에서 시작해 감정을 보탠 생각을 거치며 부글거리며 커진다.
점점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생각을 안하고 싶다. 생각을 좀 치울 수 없을까? ㅠㅠ
그러다가 떠오른 것이 생각을 잠그는 수도꼭지였다.
그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화를 줄이고 건강도 해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해져서 죽고 죽이는 비극도 안생길 것이다.
생각을 조절하는 여러가지 가르침, 좋은 말들도 있지만 수도꼭지 잠그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오랜 훈련과 이를 악물고 반복해야만 조금 나아지는 길고 긴 과정이다.
이렇게 잠그지 못하는 생각의 쓴 뿌리들 때문에 결국 밥도 못 먹고 온 몸으로 앓는다.
씩씩 끙끙...
"이리와, 뜯어 먹자! 얌냠 쩝쩝!"
아내의 얼굴을 손으로 뜯어 입에먹는 시늉을 했다.
"당신은 나의 진정제니까! 신경을 안정시키는 효과좋은 약이잖아~"
치미는 생각과 분노대로 엎어버리고 부셔버리다가는 아내가 졸도할테니 억누른다.
어떤 상황에도, 내 힘으로는 불가능한 극기로. 그러니 최고의 진정제였다. 지금까지.
.
"하나님, 아내가 없어도 생각을 조절하게 잠그는,
수도꼭지처럼 생긴 거 머리에 하나만 달아주세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