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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무엇으로 넘기나? – ‘응답하라1988‘ 5편

희망으로 2016. 2. 15. 00:41

<겨울은 무엇으로 넘기나? 응답하라1988‘ 5편 월동준비>

 

선우네는 일찍 떠나버린 남편 때문에 시어머니에게 혹사를 당한다.

남편 잡아먹은 년이라고 올 때마다 선우엄마를 할퀴고 상처를 준다.

그리고 돈 봉투 하나를 던지고 갔다.

 

쌀통에 쌀도 떨어진 날 광에 연탄도 한 장만 남기고 떨어졌다.

우째서 늘 그렇게 한 날에 살림이 바닥이 나느냐고 기막혀하는데 친정엄마가 온다.

부랴 쌀도 빌려오고 연탄도 빌려 채우고 심지어 화장품까지 빌려다 놓았다.

그리고 새 옷 입고 앉아 기다렸다.

오기만 하면 집안 조사하고 걱정하며 돌아서는 친정엄마를 여러 번 겪은 경험으로.

 

미안하다. 엄마가 돈이 없어 마이 못넣었다. 예쁜 옷도 사입고...

주눅들지 말고 살아라. 니 잘못 없다.“

 

잘 넘기고 보냈다고 안심하다가 발견한 봉투속 편지와 돈 얼마.

기어이 선우엄마를 오열하게 만든 친정엄마.

어린 딸 진주를 씻기며 겨울 같은 고된 인생의 위로요 기쁨이라며 온기로 웃어본다.

선우네 엄마의 서러운 과부 처지로 겪는 겨울을 넘기는 힘이다.

 

정환이네는 이틀을 집을 비운 사이 부자간 남자 셋이 자유라고 외치지만 엉망이 되었다.

집안 구석에 쌓인 설거지 라면으로 떼우고 살림이 뒤숭숭하다.

그게 마음에 걸려 반찬 양말 연탄가는 법 다 설명하고도 골목길을 두 번 세 번 돌아보며 정환이 엄마는 친정으로 갔다.

 

냉장고에 반찬은 이렇게 해먹고, 나물은 먼저 먹어라. 불 꺼트리지 말고!”

 

세 명의 불안하고 미덥지 않은 남정네 가족에게 정환이 엄마는 그야말로 월동준비다.

차떼기로 연탄을 들여놓으면서도 완벽하지 못하는 월동준비는 아내요 엄마의 존재로 채워진다.

 

덕선이 언니 서울대 재학생 보라는 덕선이 엄마 아빠의 자랑 정도를 넘어 삶의 동아줄이다.

온갖 고생을 다 감당해야할 이유였고 버티는 힘이었고 남은 희망이다.

대학생 시위로 티비에 나온 딸을 본 덕선이 아버지는 돌아버린다.

 

! 이년아! 니가 그라면 안 되지, 니가 망하면 니만 망하냐? 너 바라보고 이날까지 살아온 니 엄마도 망하는 거다!”

 

험한 욕만으로는 그칠 수 없어 방에 가두고 월차를 내어 은행도 출근안하며 지킨다.

비가 쏟아지는 날, 기어코 형사들에게 잡혀가는 딸을 엄마는 가로 막고 눈물로 통곡한다.

그동안 어떻게 여기까지를 왔는지 구구절절 빗속에 호소하지만 결국 잡혀간다.

 

그러면서 큰 딸 보라는 그제서야 안다. 누추하고 자존심도 없이 사는 엄마가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자기의 시선이 틀렸었다는 것을. 세상에는 여러 방식의 겨울이 있고, 자기가 진리와 정의가 부재한 겨울을 이기려 시위하는 것처럼 엄마 아빠는 삶의 겨울을 자식들에게 바치며 기대하며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엄마가 최소한의 체면과 자존심도 없이 사는 것은 그것을 포기하고도 지키고 싶은 것이 있어서였고 그게 바로 딸인 자기였다는 것을... 그러면서 깨닫는다.

 

- ‘정작 사람이 강해지는 것은 자존심을 부릴 때가 아니고 자존심마저 던져 버렸을 때라는 것을.

 

사람들은 모두 겨울이 있다. 겨울 같은 힘든 시기도 있고 신분도 있고, 상대도 있다.

그래도 사람들은 모두 그 겨울을 견디고 넘기며 산다. 그리고 다시 닥쳐올 겨울을 준비하며 산다. 김장도 하고 연탄도 들여놓듯, 힘이 될 자녀를 키우고, 부모를 의지하기도 하면서.

월동준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공통점은 생명을 지키고 좀 더 기쁘게 살게 한다는 것.

 

친정엄마와 통화를 하다 전화기 붙들고 오열하는 선우엄마에게 어린 딸래미 진주는 휴지를 들고 쪼르르 달려온다. 뒤쪽에서 놀란 아들 선우는 짠하게 엄마를 지켜보고. 그렇게 가족은 서로에게 겨울을 넘기는 무엇이 된다.

 

응답하라 1988‘ 5편 월동준비를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