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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다리도 있다 - '응답하라 1988' 3편
희망으로
2016. 2. 12. 22:18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다리도 있다>
당숙아재 사촌 친구 딸래미 알재? 왜 지난 번 보험 들어준 그니,
젊은 나이에 신랑이 얼라만 남기고 저 세상으로 가버려서 힘들게 산대.
이거 하나 팔면 저녁한끼먹는더는데 불쌍해서 모른척 할 수 있어야재.
그 전날에는 시커먼 비닐봉지를 3개나 들고 왔다.
고사리 콩나물 도라지가 각각 담긴,
"아, 요앞 전파사 앞에 할머니 한분이 쪼그리고 앉아 나물을 팔잖아,
근데...울 엄니랑 어쩌면 그리 닮았는지 ㅠㅠ.
그거 다 못팔면 집에도 못가실거 같아서..."
또 그 전전 어느 월급날은 회사가 망해서 월부책 팔러온 후배가 불쌍했단다.
그래서 전집 책 사주고 봉투에서 빈 돈 때문에 난리가 났었다.
마누라는 다 쓴 로션 속뚜껑까지 바늘로 빼내고 새끼손가락 밀어넣어 닦아내는데...
그렇게 퇴근길마다 뭘 하나씩 들고와서 와이프랑 빽빽 목소리 높여 싸우는
은행 월급쟁이 남편과 그 가족들이 1988년을 지나고 있었다.
티비에 뉴스는 지강헌 살인범 탈출소식과 유전무죄 무전유죄 명언이 시끄럽고.
딸래미 수학여행 전날 생활비도 바닥난 마누라는 기어코 신랑과 한바탕 전쟁을 한다.
수학여행 용돈도 줄 형편이 안되어 속상해서.
돈 빌리러 갔다가 말도 못꺼내고 우물쭈물 하다가 넉넉한 옆집 형님 아줌마의 말 한마디에 결국 입다물고 그냥 돌아온다.
"아, 먼저 빌린 돈 때문에 그라재? 천천히 갚아도 된다마 우리 사이에 뭐 그런걸 가지고!"
잠못들고 뒤척이는데 그 옆집 넉넉한 형님 아줌마가 문을 두드린다.
"시골서 옥수수 좀 가져왔길레 가져왔다. 먹으래이"
받아서 놓고 돌아서다 바구니 안에 담긴 봉투를 발견한다.
- '덕선이도 내일 수학여행가지? 용돈에 보태. 정봉이 엄마'
자기 입으로 맨날 자기를 졸부라고 부르는 옆집 형님 아줌마.
그 시절에는 그렇게 좀 더 넉넉한 사람과 좀 덜 넉넉한 사람 사이에 다리가 있었다.
'인정'이라는 구름다리!
- [응답하라 1988] 3편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