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기도(81 –87) : 향기 나는 꽃이 아니어도 살겠습니다
<짧은기도 – 향기 나는 꽃이 아니어도 살겠습니다>
81.
딸에게 이런 아빠가 되고 싶었지요.
내가 곁에 있어서 조금 더 든든하고
조금 덜 외롭고 한 번 더 웃게 되기를
그러고 보니 하나님이 제게 해주신
많은 날의 사랑과 비슷하네요.
오늘도 하나님덕분에 조금 더 든든하고
조금 덜 외롭고 한 번 더 행복해집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82.
이제 지나고서야 압니다.
가난과 질병과 외로움을 주신 이유를
더 든든한 갑옷과 방패를 주시는 과정이었음을.
가난 중에서도 사는 법을 배우고
가족의 투병 속에서도 견디는 힘을 키우고
침묵하시는 외로움 속에서도 믿도록 하시려는.
그럼에도 또 하나를 달라고 빕니다.
부디 늘 그 심중 잊지 않고 살게 해달라고
83.
향기 나는 꽃이 아니어도
변치 않는 소금이 못되어도
나는 살겠습니다.
걱정근심과 미움 좌절이 줄을 잇고
때로 무익한 버러지 같아 마음아파도
나는 살겠습니다.
언제나 밀어 내지 않으시며
잠자코 듣고 품어주시는 당신이 계시니
기꺼이 눈물 접고 살겠습니다.
84.
나의 성전은 넓은 예배당이 아니고
좁아터진 작은 방, 땀으로 고단한 일터
나의 기도는 거룩한 용어도 방언도 아닌
낮은 한숨 새어나오는 신음 울음들
나의 하나님은 구중궁궐에만 계시지 않고
종일토록 비틀거리는 내 곁에도 계십니다.
제 소원은 다만 끝까지 동행하는 것뿐입니다.
85.
성공으로 감사를 배우고
실패로 겸손을 배웠습니다.
합격을 통하여 기쁨을 받고
때로 낙방을 통하여 앞날을 맡겼습니다.
오늘도 여러 모습으로 다가온
여러 상황의 고난을 잘 견디고 넘기면서
부디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해주소서.
86.
하루를 의욕에 찬 기쁨으로 보내고 싶어
눈뜨자마자 덜 깬 잠결에 아침기도 합니다.
하루가 어떠했든 지 감사로 마치고 싶어
마지막으로 잠들기 전에 기도합니다.
그러나 정말 제가 드리고 싶은 소중한 기도는
종일토록 먹고 마시고 일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에
어떤 모양이든지 하나님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87.
사소한 수고와 작은 양보를 다른 이에게
한번 또 한 번, 하루 또 하루 쌓아가는 것이
한 순간에 목숨을 내어주는 것만큼이나 귀하지요.
그런 사랑이 단단하다는 것을
어쩌면 그런 사랑이 더 깊은 것임을
엄마와 하나님의 사랑을 통해 느낍니다.
이름 없이 낮게 그렇게 산 날들이 모여서
사랑도 되고 신앙도 됨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