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바람 불어 좋은 날! 너를 기다리다>

희망으로 2015. 8. 17. 22:54

<바람 불어 좋은 날! 너를 기다리다>

.
바람이 분다.
오늘은 물을 머금었고 차마 안기고 싶지 않지만
다른 날엔 눈치 없는 연인보다 좋았다
바람을 하나 둘 셀 수 없듯
바람으로 다가온 위로를 몇 번인지 셀 수 없었다.

.
풀리지 않는 일들에 부글거릴 때면 가슴을 식혀주었고
마음이 미어져서 눈물 쏟아질 때면 얼굴을 어루만져주었다.
터벅거리며 걸을 때는 등을 밀어주고
주저앉아 하늘 볼 때면 어깨로 손등으로 내려 왔던가?

.
바람은 말이 없다.
옳다 그르다 여기로 가라 저기로 가라고 하지 않는다
바람은 속도 없다
멍청이 쫌생이 찌질이 별 못난 순간에도 비웃지 않는다.
바람은 지조 있다.
내 지갑에 돈이 있든지 없던지, 이름을 날리든지 파묻히든지 
변함없이 곁을 떠나지 않는다.

.
하나님이 있다면 바람으로 올 거다.
진짜 멋진 우정을 가진 친구가 있다면 바람처럼 올 거다.
바람결 향기 나는 연인이 생기면 죽도록 살아 주고 싶다.

.
오늘 바람은 심술궂은 비나 데리고 오려나?
그래도 좋다. 아주 가까운 이들도 다 자기 행복으로 돌아가고 
오늘 같이 혼자 외로운 밤에는 심술궂은 바람조차 고맙다.

.
‘그런 너라도!’
‘이런 나에게는...’

.
###-------------------------------------------------------------------------------

아이 수술로 긴장하고 투 잡으로 종종 거릴 때는 틈이 없었다.
허전하고 외롭다는 생각이 끼어들 틈이.

상태가 조금 안정되고 익숙해지니 오히려 틈이 많아졌다.
그 틈으로 걱정이 들어 오고 외로움이 들어 오고...

멀리서 비를 데리고 습한 바람이 헉헉거리고 왔다.
온 몸에 끈적거리고 얇은 옷 두어가지도 늘어지게 한다.

무겁다.
옷이, 
심사가...

좋았던 날의 바람을 그리워하면서 공연히 푸념을 한다.
수신인이 없는 편지로.

김재식님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