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길로 가실건가요?
<어느 길로 가실건가요?>
“금방 갔다 왔는데 계속 가잔다. 귀찮아 죽겠어”
“그렇지? 그 환자 좀 짜증나”
“뭐 나올 거 있다고 또, 또, 그러는지 원,”
“잘 만나야지 잘못 걸리면 피곤하다니까!”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바깥에서 남자와 여자 화장실 중간지대에서
두 여자의 불평 섞인 험담이 계속 들려온다.
아마도 공동간병실의 중국 조선족 간병아주머니들 같다.
아니, 환자가 달리 환자인가? 그거 잘 안되니까 환자지, 괘씸하네!
“어흠!”
“깜짝이야!”
“저기... 나 그 환자 가족인데요. 좀 번거롭게 해드린 거 같지만 그래도 그렇게 욕 먹어야할 일은 아니지요.”
“예?”
“방금 똥마렵다고 자꾸 화장실가자고 해서 욕먹는 환자요.”
“.........”
좀 놀란 표정이다. 뭐하다 들킨 사람처럼.
샘통이다. 뭐 거짓말을 해서 좀 찔리기는 하지만
그런데 두 여자의 표정이 묘하게 좀 다르다.
한 사람은 민망해서 당황하며 어쩔줄 모르는 얼굴이고
한 여자는 재수 없게 걸렸다는 잔뜩 화가 난 표정이다.
- 어떻게 같은 일에 이렇게 달라질까?
아...이래서 성경에서도 두 가지 길이 나오는구나.
아비의 훈계를 하라는 말과 진주를 돼지에게 던지지 말라는 말
남의 집에 들어가서 평화를 빌어주면 받는 집과 거부해서 돌려받는 집
죄를 꾸짖으면 재를 쓰고 회개하여 용서받는 무리와 돌을 던져 멸망하는 무리...
우리에게도 날마다 순간마다 두 가지 길이 놓이겠지?
아무리 훌륭한 말을 하고 위대한 명성을 얻으면 무얼 하나
잘못하고도 속으로 분을 품는 사람도 있고 진심으로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있으니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지 제대로 살지 못한다면 그 밖의 모든 것은 물거품일 뿐인데.
내 짐작은 그렇다.
한 여자는 분명 다시는 누가 없어도 험담하지 않으려 애쓸 것이고
한 여자는 험담 전에 주변을 더 자세히 살핀 후 완벽하게 더 심하게 욕을 할 것이라고.
나도 그런 현상을 이 땅에서 종종 목격한다.
화려한 언변으로 명 설교를 하고도 성추행 범죄를 저지르고 반성도 없이 계속 하는 사람과
감히 비교를 못할 정도로 요란한 스펙으로 잡아 쥔 자리를 호사생활의 도구로 사용하다가
지적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고발하며 몰아내고도 하나님을 끌어다 쓰는 목회자도.
그 작은 두 가지 갈림길에서 순전한 길로 변화도 못하는 사람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숨긴 것 무엇도 보고 있고 꽁꽁 가슴 속 품는 생각도 다 아시는 분 앞에서...
남의 말 하다가 내 길 잃어버릴라.
날마다 두 가지 길 앞에 마주치는 중생인 주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