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아, 일어나 함께 가자!
<나의 사랑아, 일어나 함께 가자!>
“또?...”
반갑지 않은 손님이 또 찾아왔다.
복통, 설사, 시간도 장소도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미운 놈.
한 번 씨름하고 돌아와 허리를 펴기도 전에 다시 또 화장실로,
그러다 채 일어나기도 전에 그냥 침대에 누운 채로 다시 쏟아진다.
커튼을 치고 빨리 서둘러 치워보지만 그다지 향기롭지 않은 냄새는
자기가 사랑인양 착각하는지 그깟 커튼도 우습게 넘어 온 방으로 퍼진다.
한 번씩 장염이 아내의 몸을 기어들어와 능욕할 때면
수치와 몸살로 죽을 것 같은 건 아내만이 아니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면역력을 키우느라 몸에 좋은 음식 먹을 때
아내는 면역력을 억제하는 독한 스테로이드와 항암주사를 맞았다.
그러니 어쩔까? 약한 국경을 타넘는 오랑캐 같은 큰 질병속의 작은 질병들을...
희귀한 것은 다 비싸고 자랑거리인줄 알았지만
아내의 몸에 들어와 자리 잡고 8년째 아내와 나를 괴롭히는 희귀한 병은 아니었다.
고상한 생각들로 애쓰고 쌓아올린 신앙의 결심도 웃고 살자던 마음의 다짐도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 다 손에 움켜쥔 모래처럼 우수수 무너지며 빠져나간다.
8년,
그 두 배인 16년도 좋다.
우수리 보태서 20년도 좋다.
그 어느 날이 되면 이 모든 지겹고 품위 없는 질병과의 씨름이 끝난다면
큰 달력 벽에 붙이고 하루씩 지우며 희망 속에 살아주겠다.
설사 그 날에 못가고 도중에 세상을 떠난들 희망 속에 살다 가면 좋지 않으랴.
보장도 약속도 없는 삶은 많은 것을 집어 던지고 싶게 한다.
“향기로운 신심? 그딴 거 개나 줘버려라!”
징그럽게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그다지 향기롭지 않은 절벽 앞에서 이미 한 없이 거추장스러워졌다.
“그래도 의욕을 잃지 말고...”
왜 안 그랬을까? 1년 3년 5년이 넘어갈 동안 말이다.
뼈다귀 국도 우리고 또 우리면 맹물밖에 안 나온다.
내 신앙도 인내도 뼈다귀처럼 더 이상 우러나지 않으면 그저 맹물이 될 뿐
“가자, 아내야. 이제 지겨운 등짝 일으키고 일어나 함께 가자!”
오직 나를 움직이게 하는 단 한 가지 이유는 그것뿐이다.
아내. 수모와 통증이 24시간 중 몇 시간만을 빼고는 종일 올라타고 괴롭혀도
참고 또 참고 모진 목숨 말조심 얼굴빛 조심하며 버텨주는 아내가 고마워서.
잠이 자고 싶은데 새벽 두 번 세 번 깨워도 말 못하는 건
무거운 몸을 일으켜 소변을 치우고도 말 못하는 것은 같이 깨는 아내 앞이라서.
사흘 나흘 변이 안 나올 때는 안 나와서, 탈이 나서 쏟아질 때는 쏟아져서 괴로워도
입도 못 떼는 건 그 고통 고스란히 지고 가는 아내가 눈앞에 있어서다.
동전 한 푼도 벌어오지 못해도 고지서 병원비 생활비가 끝없이 몰려온다.
내 목을 누르고 잠 못 들게 해도 한숨도 감추는 건 나보다 더 걱정하는 아내 때문이다.
“그러니 아내여, 이제 희귀하다는 질병도 휙 던져버리고 일어나자.
땅 끝에서 오는 지 내 심장 속에서 오는지 한줄기 바람을 타고 가자!
못 이기는 척 떠밀려 하늘 문 앞에 도착하자꾸나!“
바람이 더 불었으면 좋겠다.
이 더운 가슴을 식히고 그리고 눈물도 말려주면 좋겠다.
그리고 더 세게 불면 마침내 등 떠밀려 길을 떠나면 좋겠다.
“아름다운 나의 사랑 아내야, 일어나 함께 가자.
이 형벌의 세상을 미련 없이 버리고 우리가 다시는 울지 않고 살 동산으로!“
이 노래가 끝나기 전에, 바람이 멈추기 전에 일어나 가자.
수고로운 신자의 멍에도 벗고 부모 된 도리도 자식 된 미안함도 내려놓자.
머뭇거리다가 때를 놓치고 또 발목 잡히지 말고...
(노래는 유지연장로님의 앨범 [사랑은 동사]중 '나의 사랑하는자가 내게 말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