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내가 속고 있는 것들 - 미움 가난 실패의 마지노 선...

희망으로 2015. 5. 24. 10:23

<내가 속고 있는 것들 - 미움 가난 실패의 마지노 선... >

 

"저 사람만 없으면, 눈앞에서 사라져주면 정말 살것 같다!“

 

사람마다 밉고 미워서 견딜 수가 없는 누군가가 있다.

사사건건 생각이 다르거나 반대하며 물고 늘어지고,

그래서 때론 목에 걸린 가시 같은 통증을 주는 사람

 

어떤 사람은 전혀 접촉도 없고 뭘 주고받는 사이도 아닌데

얼굴만 보아도 싫고 이름만 떠올려도 밥맛이 달아나는 사람도 있다.

그저 존재 자체만으로도 남을 말려죽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감정을

미움을 견디고 그 스트레스를 푸느라 끙끙거리며 사는지 모른다.

감정에서 그치지 못하고 다툼 폭력 살인으로 가기도하고

그 끝이 자신에게 향하여 좌절 비관 우울증 암으로 되기도 한다.

현실이 되고 마는 생각과 감정들이라니 무섭다.

 

그런데 어쩌면 속고 사는 것은 아닐까?

정말 그 상대만 없으면 우리는 죽지 않을까?

분초마다 행복하고 일상에 평화가 몰려오고 꽃동산이 될까?

 

가장 간단하게 점검해볼 한 가지 기준이 있다.

미운 그가 내 삶에 들어오기 전, 그가 없던 시절에도 불행 했는지,

그를 도통 모르는 모든 사람들은 다 평화롭게 잘 사는지를 보라.

 

그렇지 않더라는 너무도 간단하고 분명한 사실을 인정만 한다면

우리는 속고 사는 질곡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고, 지금만 그런 것도 아니며, 저 사람만 최악이 아님을.

 

그 지독한 착각의 괴로움에서 한 발만 멀리 서서보면 보인다.

누구나 조금씩 보기 싫거나 안 맞는 사람 속에서 산다는 것도.

그 자체가 결코 당장 목을 졸라 숨을 끊지는 않는다는 것도.

 

가만히 넓혀보면 미움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가난도, 질병도, 열등감도, 조금씩 그러하다.

 

예전에 독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고비 사막을 지나갈 때

창 아래로 황무지 벌거숭이 벌판이 보였다.

도무지 그늘도 없고 편리한 시설도, 사람들의 그림자도 뜸한 광경.

그 사막 드문 움막인지 마을인지 살림터같은 것들이 보였다.

 

, 나는 저곳에서 태어났더라면 오래 못 견디고 죽었겠다.

외롭고 초라하고 불편해서...“

 

그러나 그건 내 감정이고 과장이고 착각임은 분명하다.

그곳에서 대를 이어 살아오는 사람들이 있음을 눈으로 보는 마당이니.

 

어느 선을 그어놓고 우리는 그 이하면 못살고 죽는다고 작정한다.

죽도록 가난한 수준이라는 선, 살아서 소용없다는 건강치 못한 선.

비참하고 창피해서 안 산다는 경쟁의 뒤쪽 어디쯤을 그어놓은 좌절 선.

 

그런데 정말 그 선들이 진실일까? 정직하기는 할까?

그 이하의 사람들이 이 지구상에서 모두 사라졌을까?

만약 그 이하로 분명한데도 웃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쩌나?

우리는 각자 그어놓은 그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밟으며 살아간다.

아무도 그 위치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우리의 행복과 불행을 가르기도 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때로는 우리를 움직이는 에너지가 되고

왜 사람들이 서로를 보살피고 수용하며 사랑해야하는지를 결단하게 한다.

 

속지말자.

작은 괴로움들에, 가로막는 언덕과 장애물들에.

오늘 하루도 얼마나 많은 시간과 감정과 에너지를 속아서 소모하지 않기를!



(사진은 고비사막의 한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