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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더 살아야 할까?

희망으로 2015. 5. 21. 11:32

<왜 더 살아야 할까?>

 

할아버지! 이제 그만 웃으세요. 조금만 참으시고~~ ”

- ‘찰칵!’

 

어느 할아버지는 너무 웃으셔서 (장수사진의 용도상) 좀 줄이느라 땀을 빼셨다.

 

조금만 더 김치~~”

 

어느 할머니는 별별 이야기로 웃겨드려도 긴장하셔서 웃지를 않아서 애먹고.

 

지난 주 우리가 있는 병원으로 무료사진촬영 봉사를 오신 분들.

선한목자 하눈사(‘하나님의 눈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의 줄임말이다! 맞나?) 팀이다.

벌써 3번째인지 4번째인지 올 때마다 만나서 반갑고 밥도 사주셔서 생큐쏘리다.

오전에 다른 요양원을 1차로 들러 촬영 봉사 끝내고 2차로 오셨다.

 

2년 전에 찍어드린 분 중 이 병원을 떠나신 분도 계신다.

잘 계실까? 혹시 이 땅의 소풍을 마치시고 장수사진만 남기시고 떠나신 분도 계실까?

파안대소 하시는 분이나 전혀 웃지를 못하는 분이나 속 심정은 어떠신지...

 

왜 더 살아야 할까?’

 

자녀들이 자주 찾아오면 미안하다고 눈물 글썽이고,

방문이 뜸해지면 먹고 살기 바빠서...’라면서도 그리움에 눈물지으신다.

몸이 너무 무거운 짐이 되어서 휠체어를 의지하고도 무엇 하나 만만치 않은데도

열심히 입맛 없는 밥도 꼭꼭 먹고 아무 재미없는 재활치료도 끙끙거리며 받으신다.

 

열심히 하면 다시 젊어져서 올림픽이라도 나갈까봐?’

그런 농담도 하시지만 무슨 찬란한 희망이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닌 줄 아신다.

농담을 하는 분도 듣는 분도.

 

- ‘그런데도 고단한 몸을 버티며 왜 더 사시려고 할까?’

 

나도 답은 모른다.

그런데 살아보지 않으면,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죽어도 모르는 무엇이 있다.

어떤 나이든지, 어떤 상태든지 그 자리에서만 알게 되는 소중한 무엇이.

 

저 어르신들과 저 불편한 처지의 자리에서만 알게 되는 그 무엇을 눈치 챈 사람들이 있다.

아직 결혼 안 한분들이 태반인 하눈사팀의 청년들은 그 소중함을 어떻게 귀한 줄 알까?

자기 주머니 털고 차도 없이 삼각대며 촬영용 롤스크린을 낑낑거리며 시외버스를 타고 온다.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나도 저 나이에 남들의 소중함 잘 몰라서 나누거나 봉사 못했는데.

얼굴 부끄럽고 가슴 뜨끔하지만 시침 떼고 그저 응원이나 맘속으로 한다.

 

에이, 시집 장가나 복 터지게 잘 가서 잘 살아라!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