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플 때는 더 슬퍼져야 벗어난다는데...
<슬플 때는 더 슬퍼져야 벗어난다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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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쉬게 해주시려고 신앙모임에서 구해준 쉼터 방에 군에서 제대한 둘째 아들을 같이 머물게 했다.
내가 종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해서 못했던 아버지 역할도 좀 하고 싶기도 했다.
또 당장 취업이 되는 것도 아닌데 방을 구하고 집세를 부담하면서 기다리는게 쫓길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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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편의점에서 밤 근무를 아르바이트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적적해서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 고양이가 변 흡수용으로 사용하는 우드팰릿이라는 나무톱밥이 화장실을 막았나보다.
주인이 하수구가 막혔다고 수리비를 내라고 아이에게 요구했는데 자기는 버린 적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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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방 주인이 결국 15만원이라는 수리비를 방을 구해준 분에게 전화해서 받아냈나보다.
어쩌면 아는 친구나 가족이 와서 도와준다고 그 톱밥을 변기에 버렸는지도 모른다.
원레 그 포장지에 '변기에 버리셔도 됩니다. 물에 녹아서 없어집니다'라고 써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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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아이에게 1년만기가 되는 8월에 짐을 빼고 다른 곳으로 가라고 했다.
주인이 고양이를 키우지 말라는 조건으로 합의를 해주고 넘어갔다니...
아이는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은 한다. 그 안에 직장이 구해질까? 모르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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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서둘러 막내 학교로 갔다.
밤 11시에 아이를 학교에서 태우고 독서실에 데려다주고 병원으로 돌아와 잠시 쉰다는게 깜박 잠이 들었다.
밤 1시. 아이는 문자로 전화로 부르다 부르다 밤길을 걸어서 혼자 자취방으로 돌아갔다.
차에 내일 학교 입고갈 교복까지 있는데...
내가 참 밉다. 한심하다. 몸이 따르지도 못하면서 아이에게 해준다고 약속을 하다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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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여러가지가 마음이 무겁게 한다.
마구 엉킨 실타래처럼 감정이 복잡하다
이런저런 우울한 일들이 딱히 내 책임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내 힘으로 무슨 도움이 되거나 해결 될일도 아님을 나도 안다.
무기력하고 짜증나고 슬프고...
이것이 우울증의 문앞에서 서성거리는 상태인것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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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아파? 안좋아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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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도 귀찮다. 아무 말도 억지로 웃음지어 안심시키는 배려도 싫다.
그렇다고 냅두면 분명 또 물어보고 성가시게 내 눈치를 볼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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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프네 몸살이 오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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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둘러대고 머리를 손으로 감싸쥐었다.
몸이 아니라 맘이 아프다.
사람들이 공연히 밉다 번거롭다.
내 처지가 한심하고 못나서
둘러대고나니 외로움이 더 몰려온다.
하루종일 비를 맞고 갈아 입을 옷도 없어서 버티는 심정이다.
춥고 고단하고 초라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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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처음 추락하듯 급하게 아프기 시작하고 정신마저 온전치 못해 산속 기도원에 몇 달 있을 때도 그랬다.
어둑한 작은 방에 응크리고 지쳐 앉아 있다가 숨이 막히고 서러움이 격하게 몰려오면 텅 빈 성전으로 달려갔다.
집회 시간 아니면 조용한 성전 그 마루바닥에 엎드려 펑펑 울었다.
중얼거리다가 따지다가 다시 울다가 조목조목 요구사항을 내놓다가 다시 울고,
그러다 지칠 때쯤이면 사르르 평안이 온 몸을 감싸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잠이 몰려왔다.
두 어시간이 후딱 지나가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쪽 잠을 자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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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플 때는 더 슬퍼져야 벗어난다
외로울 때는 더 홀로 자신과 마주해먀 한다.
어슬피 웃고 시시덕거리다가는 터진 수도관은 냅두고 새는 물줄기만 헝겁으로 틀어 막는 꼴이 된다.
나중엔 더 감당 못할 홍수가 되기도 하고.
벌판에 홀로 외로운 것은 누구를 만나면 해결이 되지만 무리속에서 외로워지면 감당을 못한다.
무엇으로 해결할수 없는 낭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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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독대를 해야겠다.
하나님을 만나러 심장속 아주 깊이 바닥에 계시는 그곳으로.
바깥 문을 닫고 침묵의 피정에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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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외롭다.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