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날마다 한 생각

어머니 소천, 위로를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희망으로 2015. 1. 12. 12:40

<어머니 소천, 위로를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 아직 다 내려가지 않은 바닥, 가지못한 자리가 있음을 또 경험합니다.


"삐익~~~"

"무슨 일인가요?"

"집사람이 숨을 못쉬어요! 빨리, 빨리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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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시에 누르는 벨을 눌러 간호사들이 산소탱크를 끌고 달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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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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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못하고 숨도 못쉬고 가슴을 뜯고 치면서 아내는 괴로워합니다.

병원 원장님이 비상 호출을 받고 뛰어왔습니다.

과호홉처치를 비상으로 하고 진정제와 링겔 주사를 한쪽에서 놓고...

아침부터 몇 번을 울다가 그치고 다시 울고 하더니 기어코 비상이 걸렸습니다.

심장이 약한 아내는 그렇게 과한 스트레스나 통곡을 하다간 숨을 못쉬는 일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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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엄마 화장 끝나고 유골가루를 화장터 뒷산에 뿌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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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부모인 우리를 대신해 장모님의 장례식을 끝까지 지킨 큰아들과

많은 친정의 일들을 주고받는 바로 위 언니의 전화통화를 마친 후에.

우려하던 심각한 상태에 빠져버린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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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득이 아는 분들께 사정을 알리고 통화를 중지해달라고 해야 했습니다.

정말 미안하고 예의에 벗어나는 내용을, 안 그럴 수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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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호홉마비로 한바탕 비상상황을 치르고 주사를 맞는 중입니다. 화장을 마친 소식을 듣고 통곡을 하다가...당분간은 어머니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듣지 않는게 좋을것 같아요. 생각도 감당을 못하는 지친 상태라서요.ㅠ.ㅠ 죄송해요. ]


[몸이 많이 힘들면서 마음이 더 약해진것 같아요. 나눔이 엄마가 좀 나아지면 꼭 전화드릴께요. 당분간 형제들과 아버지께도 상태가 그렇다고 이해를 좀 부탁하고 싶어요. 울다가 멈추지를 못해서 비상이걸려요. 심장이 멈추나봐요. 숨이 정지되어버려서 간호사들이 산소탱크들고 달려오고 원장님 뛰어내려와서 과호홉처치 시키고...저도 힘들고 속상해서 못견디겠어요. 미안해요. 할일도 같이 못하고 이렇게 불편한 소식을 전해서... ]


[환자니까...이해를 부탁해요. 정상인이라면 야단을 쳐서 혼내주고 싶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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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문자를 보내야만 했어요. 형제와 염려해주는 교회목사님께도...

전혀 예상도 준비도 못한 어머니 소천 소식을 알리는것 부터가 참 힘들었는데

어찌어찌 몇 시간을 밥 먹이고 진정제를 미리 몰래 먹이고 5시간만에 털어놓았지요.

그리곤 달려간 장례식장에서 하루를 간신히 버티고 지쳐서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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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게 된 낮은마음교회의 목사님이 보내주신 화환이 고마웠고,

안 알리다가 전한 문자에 달려온 시댁 형제들과 친구들이 고맙웠지요.

그리고 아들에게 뒷 일을 대신 부탁했지요.

입관장면은 아내가 충격박을까봐 못보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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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내의 많은 위기들과 긴 고통들을 겪으면서 

우리 가정, 우리부부의 시련은 바닥을 친 줄 알았습니다.

더 나빠질 게 무엇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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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끝이 아니었습니다.

아직도 남은 고통과 위기가 있다는 걸 이 비상상태를 몇 번을 겪으면서 알게 됩니다.

숨을 못쉬고 딱딱해지는 얼굴과 가슴을 어떻게 못하고 보아야 하는 상황...

가장 낮은 곳까지 내려간 줄 알았는데 아닌 걸 알게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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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가지 못한 곳도 있음을 알았습니다.

친정어머니를 보내고 다시 보지 못하고 따라가지도 못하는 그 장소가 있다는 것.

아무도 산 사람은 가지 못하고, 가면 더 이상 이 세상사람과는 관계가 없는 그 자리.

우리는 그 더 낮은 곳, 아직 가지 않은 자리를 안고 살아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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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그 가장 가까운 곳으로 다가갈 때 느끼는 무기력과 손 쓸 수 없는 고통.

그것들을 모른 채, 나와 상관 없는 듯 살아가는 날들이 한편으론 다행이고 고맙고,

또 한편으로는 참 가소롭고 어리석다는 걸 자꾸 생각하게 됩니다.

뭐가 그 시간 그 장소까지 가져갈 만큼 소중한 게 있다고 아등바등 울고불고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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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되새기는 결심은 오직 한가지입니다.

좀 더 아낄만한 대상을 아끼고, 

오늘 하루 한시간도 헛되이 엉뚱한것을 위해 살지말자.

소중한 사람, 소중한 사랑을 위해 마지막 시간처럼 값지게 살자.

그래야 임종 직전이나, 끝내 들어갈 그 나라의 입구에서 후회하지 않을거라는,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나, '다시 기회를 주세요!'

이런 후회는 하지 않고 싶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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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제 주사를 달고 눈물자국 마르지 않은채 반 잠이 든 아내.

그러다가도 사이로 흑흑 흐느끼는 아내를 보면서 

그저 고통없이 평안하게, 보통으로 산다는 게 참 큰 축복임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랬던 지난 날들을, 다시 올 날들을 그리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