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193 - 오늘이 마지막 날인가요?>
<잡담 193 - 오늘이 마지막 날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하네요.
한 해의 끝 날, 12월 31일.
그래서 모여 음식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예배도 드립니다.
그런데...
정말 오늘이 마지막 날일까요?
오늘도 어제와 같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눈을 떴습니다.
어제와 같은 고민과 처지를 안고 씨름할 각오를 합니다.
성공했거나 성공하는 중이거나
건강하고 넉넉한 형편의 사람들은 지나간 한 해가 행복하고
다가올 한 해는 또 기대와 꿈에 부푼 기다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반대의 처지에 있는 분들에게는 이 끝 날과 다가올 한 해는 어떨까요?
저는 몇 번인가 아침에 눈을 뜨면서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으면...’ 빌었습니다.
폭 60센티, 길이 160센티인 병실 보조침대에서 일어날 때마다 그랬지요.
발이 둥둥 허공에 뜨고 옆으로 돌아누울 때면 바닥에 떨어질까 조심스러웠지요.
어깨 목 팔다리가 삐걱거리는 통증을 풀면서 무려 7년을 맞이하던 아침마다...
빈 통장으로 다가오는 병원청구서를 기다리며 그랬고,
끝도 없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아내의 질병 상태를 지켜보면서 그랬지요.
의욕이 바닥난 아이들의 심드렁한 미래계획을 들으면서 속수무책일 때도...
사실 따지고 보면 단 하루도 마지막 날 아닌 날이 있었던가요?
그 누구도 내일 살아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는 생명의 법칙 기준에서 말입니다.
그러니 내일이 확실치 않으면 오늘은 언제나 마지막 날과 같지요.
‘오늘 밤 내가 너를 데려가면 그 많은 재산은 누구 것인데?’
성경에서 하나님이 어리석은 부자에게 하던 말이 생각납니다.
진짜 친구는 형편이 어려워질 때 드러납니다.
잘나가고 넉넉할 때 우루루 주변에 몰려들던 사람들이 모두 진정한 친구는 아니지요.
불행이 닥쳐와서 무엇인가 이익은 고사하고 곁에 있으면 손해를 볼 지경일 때,
그때 곁에 있어주는 친구는 참 소중한 친구입니다.
참 믿음은 고난에 몰려 허덕일 때 나타납니다.
펑펑 복을 받을 때 ‘믿습니다!’ ‘감사합니다!’는 어지간하면 누구나 할 수 있지요.
불행에 불행이 덧칠되고 끝도 보이지 않도록 연속으로 몰리면?
대개는 더 이상 믿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감사는 아예 멀어지고,
다윗은 긴 세월을 밤낮으로 사울의 추격을 피해 도망다니면서도 놓지 않았지요?
하나님께 따지고 호소하고, 때론 넘치게 감사하며, 그건 믿지 않으면 불가능한 관계지요.
바울도 그랬지요. 모든 예정된 출세도 버리고 배신자라는 비난도 감수하면서,
마침내 옥에 갇히고 매를 맞으면서도 오히려 평안을 감사하고 사랑에 넘쳐서...
우리가 처지가 어떠하든지, 혹은 나빠지고 끝이 보이지 않을 때에도
믿기를 계속하고 근심 중에도 주는 기쁨을 놓치지 않는다면 하늘의 하나님도 기뻐하시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고 감사하면 그것으로 남들에게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증언하는 것이니.
가족들을 잃어버린 실종자들에게 기도하기를 계속 권하는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실종자들의 복귀를 위해서기도 하지만 기다리는 동안 버텨야할 사람들을 위해서기도 하다는,
그 실종자가족들이 기도하기를 멈추는 날 견디지 못하여 또 불행이 오기 때문이랍니다.
우리가 어려움 중에 유지하고 더 굳건해지는 믿음과 감사는 하나님을 위해서만이 아니고
그 과정을 지나야 할 우리를 위해서 하나님이 권하는 위로이자 힘입니다.
‘무슨 희망?’
‘무슨 감사?’
‘무슨 기쁨...’
그렇게 지친 마음과 목소리로 말을 할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믿고 싶습니다. 그리고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세상과 (심지어 교회 안에서도) 성공하고 있는 분들에게 드리는 축하의 말은 넘칩니다.
그뿐 아니라 누가 그러지 않아도 스스로 기뻐하고 기대하고 희망에 넘쳐 날 겁니다.
아주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칫 감사와 희망이 먼 거리에 있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처지에 계실 분들에게 이 말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날이 맞습니다.
언제나 하루뿐인 우리의 삶에는 늘 그날이 마지막 날이고,
마지막 날에 필요한 것이 믿음과 감사인 것도 변함이 없습니다.
오늘만 살고 싶은 분들에게 내일은 하나님의 평안에 들어갈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내일은 근심과 슬픔이 끝나고 기쁘지 않다면 우리는 천하에 불쌍한 사람입니다.
그 믿음을 주셔서 오늘을 열심히 살게 도와주시니 또 감사를 드립니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