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아내는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

희망으로 2014. 11. 28. 09:16

<아내는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뭔 일이지?”

시간을 보니 새벽 2시가 좀 넘었다.
불 꺼진 병실의 조명이 어둑하다.
눈에 들어오는 건 아내에게 대롱 달린 소변주머니와 호스
그 호스의 끝에는 반쯤 옆으로 돌아누운 아내가 있었다. 
뭐가 불편한지 낑낑거리고 있었다.

“왜 그래?”
“침대 머리가 덜 내려가서 힘들어...”

그랬다. 내가 침대를 덜 내려주고 잠이 드는 바람에 옆으로 눕기 힘들었겠다.
‘진작 깨워서 이야기하지...‘
속으로 미안하고, 속으로 착해서 고생을 사서한다고 생각했다.

- 착해서 고생...

아내는 착해서 어제도 한바탕 눈물을 뺐다.
내일 둘째 아들이 5년의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를 한다.
입대하는 날, 아내는 병이 너무 심한 상태였고 그래서 나도 꼼짝할 수 없었다. 
아이는 혼자 가서 머리 깎고 혼자 짐 정리하고 걸어서 부대로 들어갔다.
그게 언제인데 아직도 미안해서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오는 아내

“아이 데리러 좀 가주면 안 될까?”
“혼자 알아서 잘 할텐 데 뭐 하러 그 먼 곳까지 가?”
“그래도... 갈 때도 배웅 못 했는데, 나올 때라도 한 번 맞아주었으면 싶어서,”

내일은 제대하는 홍천으로 가서 짐 가방이라도 받아서 데리고 와달란다.
짐 실어야하니 자기는 병원에 머물겠다고 혼자 다녀오란다.

“바보같이, 한 풀러 간다면서 왜 나만 다녀오래? 정작 당신이 가야지!”
“그래도 될까? 짐은?”
“짐이야 택배로 부치고 사람이 타고 와야지!”

아내는 울먹이더니 또 눈물이 주르르 홍수가 났다.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아픈가보다.

어제는 물만 부으면 먹는 떡국 한 박스를 장인어른에게 사 보냈다.
김장하다가 쓰러져 중환자실에 계신 장모님 때문에
혼자 계신 장인어른께 밥 대신 드시라고.
아내는 또 나에게 고맙단다. 
지난번에는 자기가 아픈 바람에 부모님들이 더 고생한다고, 
그럼에도 돌봐드릴 수 없다고 면회하고 나온 날도 중환자실 앞에서 펑펑 울었다.

아이들에게도, 부모에게도 늘 죄인이 되어버린 아내
정작 인생 다 망가지고 누구보다 화나고 억울하고 통증을 달고 살면서도
자기가 1순위가 아니고 가족들에게 먼저 미안하다는 아내.
몇 번인가 방송할 기회에 인터뷰로 물어보면 남편에게 많이 미안하다고,
무지 고맙다고 녹음기 돌리듯 똑같이 말하는 아내

‘착한 것도 죄일까?’

그 착한 마음 때문에 아내는 극심한 통증과 망가진 몸을 안고도 잘 견딘다.
아직까지는 생명줄 놓지 않고 책임을 다하려고 열심히 투병을 한다.

그런데 이제는 아내도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가을 단풍 곱게 물든 산에도 데려가고, 맛있다는 음식점도 데려가서 먹이고 싶다.
감탄하면서, 좋아서 못 견디면서 웃는 얼굴 보고 싶다.

소변줄도 빼고, 눈에 안대도 빼고, 몇 시간쯤은 휠체어에 앉아 버틸 수 있으면 좋겠다.
다 낫게 해달라는 무리한 부탁은 하지 않겠다.
그저 그 정도만이라도 하게 해주면 정말 좋겠다.
하나님...

새벽이 깊어 가는데 잠이 자꾸 달아났다.
아내도 이제는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데... 그 생각하느라.

세상의 모든 아내들이 비슷할 거다.
가족을 위해 자기의 인생을 달콤하게 할 쿠폰을 사용해버리는 착한 사람.
다들 건강할 때, 비록 가난하더라도 행복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