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둥수용소 내 맘대로 읽기 – 다섯>
<산둥수용소 내 맘대로 읽기 – 다섯>
5.
- 4장 약, 레서피, 혹은 난국을 헤쳐가는 비법 : 노동은 기도고 동시에 응답이다.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
가나안 농군 학교의 지침이다.
수도원 벽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글귀다.
그래서 교도소도 수용소도, 수도원에서도 일을 하게 한다.
‘아버지가 일하시니 나도 오늘도 일 한다!’
예수도 그렇게 말했다.
일이 끊어지고, 생존이 흔들려 종종 사람들이 죽는다.
산둥수용소에서도 일어나지 않는 굶어 죽는 비극이 뉴스에 나온다.
정말 깊은 고난은 바로 일을 할 수도 없는 상태의 좌절일 것이다.
일의 대가가 주는 상쾌함, 그 모든 것이 박탈된 슬픔이다.
산둥수용소의 상태는 그런 점에서는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
진정한 자부심, 도덕적 상류층 의식은 어떤 것일까?
화장실 청소를 둘러싸고 여자들 사이에서 그 구분은 확실하게 드러났다.
천민의식에 붙잡힌 러시아 부인은 마냥 겉에서 그 만족을 구하려 했고,
속까지 상류층 자부심을 가진 영국귀부인은 스스로 움직엿다.
봉사 나눔 그런 도덕적 가치에 자신을 복종시키려고 했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부끄럽다고 자책하면서.
신앙인들은 어떤 태도로 궂은일에 임해야 할까?
종종 믿지 않는 이들에게 물어 본다.
“‘기독교인‘ 하면 뭐가 떠오르니?”
“음... 기름진 머리를 나눈 가르마와 가죽가방 말끔한 양복,
부드러운 말씨에 몸은 굽혀도 훈계는 늘 꼿꼿하게 서서 하는 느낌?“
노숙자들과 함께 폐품 고물을 모아 자립준비를 하는 목사님이 계신다.
날마다 리어카를 끌거나 화물트럭을 타고 같이 수집을 하신다.
그렇게 모은 돈을 자립을 위한 각자 이름의 통장에 넣어주신다.
<누군가에게 쓰레기는 희망입니다>하는 책도 내신 ‘알멋공동체‘ 하재호목사님.
늘 작업복조끼에 티셔츠를 입으신다.
참 목사님이시고 봉사는 무엇인지를 아는 진짜 그리스도인 상류층이다.
‘꼬방동네사람들‘ 영화 속에 공초목사님이 있었다.
그 모델이셨던 허병섭목사님은 월곡동에서 건축 노동자들과 일을 하셨다.
나중에는 무주에 대안학교와 생태공동체도 만드셨다.
끝내는 교단에 목사 사임서를 내시고 자격도 반납하셨다.
나는 한 번도 이 분이 초라한 천민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일과 삶은 기묘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사람은 일을 해야만 살 수 있다. - 111쪽]
[수용소에 도착한 이후 나는 이전에 가졌던 종교 활동과 신학적 사고에서 급속도로 흥미를 잃어버렸다. - 1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