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나도 누군가의 하늘이라니...>

희망으로 2014. 11. 11. 20:54

<나도 누군가의 하늘이라니...>


분열 - 갈라서고 돌아서고 아주 작은 단세포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살다 보면 사람이 싫어지기도 한다. 
남들이 그러듯 내게도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다. 
처음에는 말의 내용이 나와 달라서 싫었고, 
나중에는 이유도 없이 무조건 싫어지고 하는 행동까지 싫어졌다.
저만큼에서 오는 것만 보아도 피하려고 다른 길로 빠졌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경험 있지 않을까? 나만 그럴까?


그런데...
그 싫은 사람이 떠나던 날 해방되었다고 기뻐했는데
다시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또 시작되었다.
멀리 지난날까지 돌아보니 참 많이 그랬다.
이래서 싫고 저래서 싫고, 이 사람 보내고 저 사람 등 돌리고,
그렇게 세포분열처럼 계속 살고 있었다. 
칸막이를 치고 다시 그 안에서 또 담을 쌓고 있었다. 내가...



모순 – 무엇이든 뚫을 창과 무엇이든 막을 방패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종종 떠나고 싶었다. 아는 사람이 없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혼자 조용히 며칠이라도 쉬고 싶다. 깊은 산 외진 마을 없을까?
그렇게 노래를 부르면서도 정작 혼자 있으면 못 견디겠다고 몸부림친다.
외로움.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강이 흐르고 우린 모두 섬이라면서 바득 우겨놓고...


사람이 싫다고, 쉼 없이 벽을 세우고 칸을 막고 또 막으면서도
외로움이 싫다고, 사랑이 메마른 세상이라고 외친다.
누군가가 보아주기를 기대하며 쓸쓸함을 못 견디고 비틀거린다.
종일토록 ‘서로 사랑하자!‘ ’너를 사랑한다!‘ 고 뱉고 있는 말과 
종일토록 ‘너는 피곤하다!’ 와 ‘너는 내 스타일이 아냐!’ 라는 내 마음이 
서로 찌르고 막고 놀고 있다. 
내 속에서 모순으로...



위장 – 쓰레기를 덮고 위에다 멋진 화분을 놓았다. 향기가 악취를 감당할까?


성경에서 입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나오는 것들이 더 더럽다고 했던가?
그 입으로 나오는 것보다 눈으로 보고 안에서 일어나는 욕정이 
훨씬 고상하지 못하다는 건 정직하게 고백하자면 맞다.
누구든지 남의 가슴과 머리에서 떠올리는 단어들을 다 볼 수 있게 된다면
아무도 더 이상 믿지도 사랑하지도 못하리라.
1분에도 수 십 개씩 그 숱한 비난과 질투와 쌍스러운 욕들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화면을 투명인간 속 보듯 본다면...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을 칠하고 꾸미고 위장한다.
타락과 일탈의 충동, 본능이 악취가 되고, 그것을 덮을 만큼의 향기가 필요하다.
아... 이 무슨 비극일까?
그 일탈과 타락의 정점에서, 혹은 심연의 바닥에서 새하얀 순결이 그립다니... 
맑은 물을 마시고 싶은 목마른 사슴이 되어버렸다.
누가 위장의 의욕을 이렇게 허무하도록 무너뜨릴까?
도대체 사람의 속에 들어 있는 껍질은 몇 겹이었던 걸까?



변덕 – 아침과 저녁이 다르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 화장실만이 아니고,


밥만으로는 못살겠다. 하늘 구름 바람 꽃도 있어야 살겠다.
때론 그렇게 말해놓고 금새 바꾼다.
하늘 구름 바람 꽃 만으로는 못 살겠다. 밥도 있어야겠다고.
누구도 고귀한 삶을 자동차에 비교하고 싶지 않다만
기름 떨어지면 못 가는 것이 자동차고 삶이더라는...


변덕은 배신이고 불안이다. 믿을 수 없는 대상이다.
사랑하는 이를 힘들게 하는 나쁜 씨앗이다.
오래가면 나쁜 열매를 맺고야마는 살아있는 씨앗



하늘 – 떠나온 곳 돌아갈 곳, 늘 바라보는 곳


나 어릴 때는 아버지가 하늘이었다.
그리고 밥이었다.
이제 세월이 흘러 내가 내 아이들에게 하늘이 되고 밥이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하늘로 보이는 내 속에 분열, 모순, 위장, 변덕이 있다 
어릴 때는 몰랐던 사실이다.
내 어릴 때 아버지도 그러셨던 걸까? 전혀 몰랐는데...


아침에는 하늘이 흐렸다. 
오후는 다시 맑다.
지금은 맑은 하늘이 다시 흐려지고 있다.
변덕이다.
그러나 구름 위 하늘 아버지는 변덕이 없다.
나도 저 하늘의 아버지를 닮고 싶다.
이제는 분열도 멈추고, 모순의 창질도 하지 말고, 
위장하는 삶에서 벗어나 변덕 없이 살고 싶다.


올려보는 하늘이 푸르다. 힘내라고, 늘 살아있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