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159 - 내 속에 내가 없다.>
<잡담 159 - 내 속에 내가 없다.>
내 속에 내가 없다.
중환자실 근처에서 멀리 못가고 9시간을 빙빙 돌며 기다리는 동안
나는 세상에서 가장 괴롭고 낮은 바닥에 떨어진 남정네였다.
면회를 들어간 중환자실 안에서 더 깊고 더 추운 곳에서
수십일 째를 헤매고 있는 가족들을 보면서 나는 중간 어디쯤 있었다.
내가 나라고 생각했던 몸뚱이 하나가
바깥에서 밀고 쓸어가는 물결에 둥둥 떠밀려 다니고 있었다.
화사한 귀티 앞에서 나는 초라한 고물 잡동사니가 되어 있었고
상처입어 너덜해진 고통들 앞에서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다행인 사람이었다.
내 속에 내가 없다.
나는 누구일까?
남의 암보다도 내 감기가 더 아프다고 징징대고
집단적 고통보다 내 개인적 외로움이 더 중요한 시제가 된다.
그 길은 열 번을 죽어도 탈출할 수 없는 수렁인데도 그렇게 된다.
총각시절 자정이고 밤 2시고 상관없이 몰려오는 외로움들은
새벽쯤이면 살 의욕도 없이 필시 죽어 있을 거라고 불안케 했다.
하지만 밤길을 몇 시간만 걷다보면 배고프고 춥고 아픈 다리는
나를 방으로 불러들여 먹고 잠들어 있게 했다.
죽을 만큼 괴로운 심정?
개나 줘버릴 만큼 몸의 고통 하나도 넘어가지 못하는 거품 혹은 헛것.
사형을 기다리는 본회퍼 목사님이 그랬다.
‘사람들은 내가 침착하게 미소 지으며 자랑스럽게
마치 승리에 익숙한 사람처럼
불행한 나날들을 지내고 있다고 말을 한다.
나는 정말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같은 자일까?
그렇지 않으면 다만 나 자신만 알고 있는 자에 지나지 않는가?‘ 라고...
내 속에 내가 없다.
나는 괴로운 사람인가? 살만한 사람인가?
내 기준으로 변함없이 살지 못하고
남들 기준으로 왔다갔다 변덕부리며 사는 못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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