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기회가 오면...
<다시 기회가 오면...>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이것저것 넘기다보면 고단해진다.
아내와 병원 휴게실에서 그 마음을 툭툭 던지고 받으며 풀었다.
“아, 지친다. 어서 아무 일 없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하루살이로 산대며? 하루살이가 뭔 긴 고민을 해!”
참 약 올리는 데는 거의 선수급이다. 아내라는 사람이,
“예전에 여성수도회에서 묵상 모임 할 때 마리아의 성령잉태 부분을 이야기 나눈 적 있었어,
그때 ‘주님 뜻대로 하세요‘라던 마리아의 기도가 너무 무겁게 와 닿았어. 어쩐지 뭔가 감당하기 힘든 일이 내게 일어날 것 같았거던, 그런데 그 일이 내가 지금 이렇게 중증난치병에 걸릴 일이 아니었을까 싶어“
“그랬어? 어쩐지... 내가 총각 때 백일 새벽기도 한 거 알지? 근데 ‘마누라 주세요!’ 했더니 마리아를 주셨구나. ‘알아서주세요‘ 하는 게 아니었는데...”
아내가 피식 웃는다.
“혹시 다음에 또 그런 상황이 오면 ‘아, 난 못해요! 안할 겁니다!’라고 해! 졸지에 내가 요셉이 되어서 평생 이게 무슨 고생이람 ”
그리고 앞으로 그런 상황이 또 오면 절대로 ‘저를 도구로 써주세요!’ 라던가, ‘주님 뜻대로 하세요!’ 같은 말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가능하면 ‘잠깐만요! 좀 정리하고요. 음... 아내는 병 안 걸리는 사람으로 주시고요. 한 90까지 튼튼하게 일 잘하고, 잘 벌어서 먹고 살다가 2-3일만 아프고 바로 하늘로 가게 해주세요!’ 라고 구체적으로 내게 유리하게 말할 거다.
될지, 들어 줄지는 모르지만 다시는 감당도 못할 폼 나는 기도 같은 건 안하겠다고 단단히 작정하며 아내와 낄낄 웃었다. 지금 감당하고 살기가 무지 힘들어서 그렇게 상상이라도 해본다. 한번이야 뭘 모르고 그랬지만 이렇게 살아보고도 또 그렇게는 못할 거 같다.
쓸쓸해지던 밴댕이 속마음이 쬐끔 풀어진다. 실실 웃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