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진짜 미운 사람들...
희망으로
2013. 10. 22. 01:13
밤 1시,
잠 못드는 늦은 시간에도 아내는 나를 호출한다.
정기적 간병업무, 소변 빼는 일
그런데 정작 힘든 일은 다른 데서 생긴다.
며칠 째 계속되는 여자들만의 생리,
3시간마다 피에 묻은 기저귀를 갈고 닦아내고 해야하는 배뇨...
자기발로 화장실을 가고, 자기 손으로 해결하는 사람들에게야
무슨 문제가 있을까,
욱!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런 세세한 고통도 모르는 인간들이 망치나 땅!땅! 두드리면서
보살피는 도우미 손길이 필요없는 장애인이라고 판정을 내린다.
데려다 목에 칼 씌우고 말뚝에 발묶어 도망도 못가게 해놓고
'니가 한 번 해봐라 힘이 드는지 안드는지, 아님 도울 사람이 필요한지 아닌지!'라고,
미쳐버리고 싶은데 미칠 수도 없는게 더 미치겠다.
그런데 왜 이런 사람들을 가슴아프게 하는걸까?
내가 미워서? 내가 죄인이라서?
나는 아내가 밉지 않다. 오히려 딱하고 얼마나 대견한지 모른다.
그 지경에도 흔들리지 않고 날카롭게 화내지 않고 상황을 받아들여주는게,
정작 미운 건 쥐뿔도 모르고 사랑도 없으면서 복지라는 용어를 뒤집어쓰고
밥 빌어먹거나 어깨 힘주는 사람들이다.
그러지마시라 제발...
같이 밥 굶어도 알아주고 억지 부리지 않는 시대가 더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