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암환자를 인터뷰하는 부분이 나왔다. 폐암 진단을 받고 한쪽 폐를 덜어 낸 수술을 한 분에게,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심정이 어땠어요?" "왜 하필 나일까? 나는 나쁜 짓도 안했고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그렇게 말하며 울먹였다.
같이 보던 옆 침대의 간병인이 그런다. "맞아! 내가 본 환자들도 ‘왜 하필 나야? 왜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기는 걸까?’ 그랬어."
그런데 궁금하다. 그렇게 억울하다고 말하는 그 말 속의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어떤 나쁜 짓을 한 걸까?
나도 아내가 아픈 이후로 숱하게 그런 비슷한 원망을 했었다. ‘왜 하필 우리 가정에 이런 일이 생긴 거야? 왜 하필 아내일까? 왜 내가 이 고생을?’ 그래서 물어볼 뻔 했다. "열심히 살았는데 어느 날 덜컥 암 선고를 받아도 되는, 그 '나쁜 사람'은 정해져 있나요?"라고, 다들 자기는, 자기 가족은, 안 그런 사람이라고 하니까,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니 내가 그 당사자였다. '나쁜 짓'을 하고 산 사람.
아내에게는 날마다 벌컥 욱! 화만 내고, 아내가 힘들게 몸 고생, 마음 고생할 때 나는 딩굴거리며 군림하고 살았다. 아이들에겐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정작 나는 한 점 부끄럼 없도록 사회생활을 하지는 못했더라. 양심적으로 돌아보니...
난 나쁜 놈 맞고, 어느 날 날벼락처럼 암 선고 받아도 싼 놈 맞고, 길 가다 떨어진 간판에 맞아서 다쳐도 당연한 나쁜 짓 하고 산 사람 맞다.
그런데 왜 내게 안 오고 아내에게 청천벽력의 난치병이 왔을까? 천국에도 연좌책임제가 있어서 가족이 대신 벌 받나??
아님, 혹시 아내가 여자로 다가온 예수일까? 나 대신 죄를 짊어지고 죽어가는 대속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