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정신과 병원을 다녀온 날

희망으로 2013. 6. 26. 17:56

<정신과 병원을 다녀온 날>


힘들었다.
계속 죽음에 대한 뒷일을 떠올리고
부디 충동이 바깥으로 향해서 남을 죽이거나
안으로 향해서 자살도 하지 않기를 염려도 하고...

사람이 싫어지는데 피할 수는 없는 상황
갇혀지내는 병원에서 자꾸만 날아가버리고 싶은 충동,

"참 잘오셨어요, 마음 놓고 이야기하세요!"

주관식 객관식 수십문항에 
생각할 틈 없이 느끼는대로 답을 채우고
그림으로된 이미지아래에 마음대로 쓰라는것도 쓰고
진료실로 들어선 나에게 의사는 그렇게 말했다.

아내는 환자라 말못하고
아이들은 너무 어려서 말못하고
더러는 후원해주는 분들이라 실망시킬 수 없어 말못하고
믿음으로 아는 사람들중 덕이 안된다고
우는 소리 흐트러진 표현 못하게해서 말못하고
........,

그렇게 답답하게 수년동안 차곡차곡 쌓여진 고단함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그렇게 긴 시간을 버티느라..."

간간이 그럴 수 있다는 말 추임새 한마디에
눈물 핑 도는 서러움을 참으며 다 말했다.

차후 정신과 치료 기록이 보험가입시 거절 사유도 될 수 있다며
들었고, 동의한다는 서명란에 자필로 쓰는 것도 각오했다.
그러고도 해야만 하는 내 우울증의 상태는
경증을 좀 더 지난 무거움이 약물치룔를 요한다고 한다.

항우울증 약, 항 불안증 약....

돌아서서 병원을 나와서 또 다른 병원으로 오는 길에
자꾸만 목젖이 울컥 메인다.

"이제 내가 정신과 상담과 약물치료를 하는 사람이 되었구나..."

그동안 수년을 참 잘 버텨 온 나 자신에게 
칭찬이나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기도 전에 먼저 몰려 오는
낙인의 그림자.

부디 이렇게라도 남은 세월을 잘 견디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