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그저 오늘 이야기...

아무도 곁에 없는 순간 - '라자르선생님' 영화를 보다가

희망으로 2013. 6. 8. 10:41

눈이 많이 쌓인 어느 겨울 날,
우유당번을 맡은 사내아이가 상자에 우유를 담아서 교실 문을 열려고 합니다.
문은 안으로 잠겨 있고, 작은 유리문으로 보인 교실안에는 목을 메어 자살한
선생님이 대롱대롱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놀란 사내아이는 우유상자를 떨어뜨리고 아무도 없는 복도를 뛰어갑니다.
이쪽 저쪽 허둥거리며...

아무도 곁에 사람이 없어서 더욱 무섭고 두려워하는게 보입니다.
이럴 때는 혹시 평소에 주먹쥐고 싸우고, 자신을 괴롭히던 나쁜 친구라도
눈에 보이길 바랄 것 같습니다.

사람만 보이면,
그 사람이 아이던 어른이던, 잘생겼던 못생겼던,
심지어 사이가 안 좋던 사람일지라도 도움이 되고 두려움이 덜어질 것만 같아서...

영화 '라자르선생님'의 시작 첫장면 1분 정도에서 생긴 일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그런 순간 종종 겪습니다.
아무도 곁에 없는데 너무 엄청난 슬픔이나 무서운 일을 마주치는 순간을,
그때의 외로움은 너무도 절실하게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저도 그런 상황에 종종 빠졌습니다.
밤사이에 혹시 아내가 숨을 거두고 이 세상을 더나버리는게 아닐까?
숨쉬기가 불편한 내 심장이 심한 가위에라도 눌려서 덜컥 멈추는 건 아닐까?

...그런데 그 깊은 밤에 모두 잠들고 아무도 내 곁에 없었습니다.
전화도 할 수 없는 시간,
어디로 갈 수도 없는 밤 깊은 시간,
속으로 '하나님, 하나님, 어떻게 해봐요'
수십번을 불러도 아무 메아리도 없고 기척도 없던 그때의 밤,

오늘 이 영화 첫 장면에서 그 사내아이의 두렵고 놀란 마음이 
너무도 내 기억에 가까이 와서 공감이 됩니다.
영화를 멈추고 잠시 숨을 고르고 그때를 떠올릴 정도로...

우리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상황으로 힘들어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괜찮을지라도 수시로 주위를 둘러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