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분이 어디 계신데?
<그 분이 어디 계신데?>
“그 분이 어디 계신데?
예수라는 분 말이야!“
“이웃 마을에 계신다지? 아마!”
그렇게 늘 소문과 소식을 묻고
어디쯤 계시는지 늘 찾는 사람들
그들은 아픈 병자를 가진 가족들이었습니다.
그중에는 심하게 아파서 거동도 못하는 사람도 있었고
날때부터 앞을 못보는 사람
온몸이 썩어들어가는 문둥병자도 있었고
밤낮 괴성을 질러대며 거품을 무는 귀신 들린 자도 있었습니다.
“그 분이 이웃 게네사렛에 계신대!”
“그래? 그럼 빨리 가야지!”
정말 그들은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가족들이 침상을 통째로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어떤 이는 양쪽에서 부축하고
어린아이는 업고 교대를 하며 길을 갔습니다.
“정말 그 분을 만나기만 하면 낫겠지?”
“그럼! 소문도 안 들었어?
심지어 죽은 아이도 살아났다잖아!”
“제발 우리에게도 그런 복이 생겼으면 좋겠어
오순도순 맘 편하게 며칠이라도 살아보는게 소원이야!“
그들은 그렇게 게네사렛에 가는 동안
마음으로 빌고 또 빌었습니다.
얼마나 기다리고 찾았는지 모릅니다.
그 분이 계신 곳을!
그들에게는 티끌만큼도 의심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숱하게 많은 돌팔이도 만나고
온갖 좋다는 약도 사보았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은 전혀 다른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분은 돈도 받지 않으시고
무슨 새 종교를 가입하라고도 않으시며
소문에는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저 그 분의 행적을 따라
늘 귀를 세우고 소식을 물으며 기다렸습니다.
누구를 기다린들 그보다 애타게 기다리고
찾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디에 계실까?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이겠지 뭐!”
“어디면 어때!
산 넘고 물 건너고 마을이던 시장이던
그 분이 계시다는 곳이면 어디든 가야지!“
정말 그랬습니다.
그곳이 언덕이면 어떻고 시장 한구석이면 어떻고
호숫가든 자갈밭이든 상관없다 싶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어떻고
모래바람이 입안으로 들어오는 사막이면 어떠랴
밤이든 새벽이든 그 분이 계신 곳이면!
그렇게 장소를 불문하고 그분께로 가겠다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어떤 때는 가족의 병을 고치자는 마음 외에도 이상한
그리움 같은 것이 울컥 몰려오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그 분이 계신 곳에 왔습니다.
사람들이 몰려 있고 가까이 갈 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저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어떻게 우리를 봐주실까?”
“그러게 말이야...”
“한 번만 눈길을 주셔도 나을 것 같은데,
아니! 한 번만 저 분의 옷깃만 만져도 병이 나을지도 몰라“
“맞아! 그러니까 우리 침상을 시장에 두고 가자!”
“그리고 저 분의 옷깃을 만지고 와서 그 손으로 환부를 만지는거야!
그래도 나을거야! 어디서는 말씀만으로도 병을 고치셨대!“
평상시 고향에서 이런 말을 하면 황당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좀 상황이 달랐습니다.
그들의 눈앞에 계신 분은 다른 사람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정말 그렇게 했습니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그 분의 가까이까지 갔습니다.
그리고 그 분을 바라보았습니다.
순간 무엇을 하러 왔는지도 잊어버리고
눈물이 핑 돌고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아픈 식구도 잊고 내 맘의 서러움과 고단함들이 떠올랐습니다.
저 분이라면 알아주실것만 같았기 때문에,
저 분이라면 애쓴다고 위로해줄것만 같았기 때문에...
“뭐해? 빨리 만져야지!”
같이 온 다른 식구가 잠을 깨우듯 건드리는 바람에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들은 그 분의 옷깃을 한 번 만지고 이내 사람들에 떠밀려
그 분에게서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돌아와 아픈 가족들의 몸을 어루만졌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그들도 보면서도 믿기 어려운 일이 눈앞에서 일어났습니다.
말라있던 몸이 혈색이 돌고
뒤틀려 있던 몸이 바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거품을 물고 일그러졌던 얼굴도 잠자듯 평안해 졌습니다.
“오! 주님! 감사합니다!
당신은 정말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한 사람 두 사람이 울먹이다가
마침내 모두 울음바다가 되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오래 억눌리고 시달렸던 고통이었던가
그 때문에 하늘도 원망스럽고 못믿겠다 속으로 몇 번이나
중얼거렸던가를 떠올리며 회개를 했습니다.
고친 것은 아픈 환자의 병만이 아니었습니다.
함께 상해왔던 마음과 생명과 영혼까지
새롭게 변했습니다.
그들이 이런 기적을 보고
그들이 새 삶을 얻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늘 그 분을 찾았고
그들은 어디든 그 분께로 가겠다는 각오를 했고
그들은 옷깃만 만져도 나을거라고 믿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마가복음 6장 53절 - 56절
53. 건너가 게네사렛 땅에 이르러 대고
54. 배에서 내리니 사람들이 곧 예수신 줄을 알고
55. 그 온 지방으로 달려 돌아 다니며 예수께서 어디 계시다는 말을 듣는 대로 병든 자를 침상째로 메고 나아오니
56. 아무 데나 예수께서 들어가시는 지방이나 도시나 마을에서 병자를 시장에 두고 예수께 그의 옷 가에라도 손을 대게 하시기를 간구하니 손을 대는 자는 다 성함을 얻으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