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남긴 얼룩
희망으로
2013. 4. 12. 15:59
새들은 노래하고,
바람은 울고 간다.
새들이 머무르다 간 자리는 흔적이 없는데,
바람이 머물다 간 자리에는 눈물 얼룩이 남았다.
타인은 새들같이 노래하며 지나가고
내 형편은 바람처럼 온몸을 휘말아 치고야 떠난다.
처음온 두려움도 사라지고
죽고 사는 각오도 무디어가는데
길고 긴 투병의 세월은 장기전을 하자고 덤빈다.
단 하루도 병든 아내의 소변을 치우지 않고
넘어갈 수 없었던 5년의 세월,
싸우기엔 별 일도 아니고,
이고 지기에는 그다지 무겁지도 않지만
내 꿈과 품격있는 인생을 박살내기에는 충분한
인내를 바닥내는 길고 지루한 투쟁,
서서이 내 얼굴의 웃음기를 지워가는 게
필시는 나를 굴복시키고 의기양양하려나보다.
훠어이! 훠어이!
저리 꺼져버려라! 이 얄미운 새들아...
나는 또 무언가를 먹을거리를 찾는다.
빨리 약 대신 뚝딱 먹어서 강직을 풀어줄 그 무엇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