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그저 오늘 이야기...

대표선수? 그러거나 말거나!

희망으로 2013. 4. 17. 10:26

< 대표선수? 그러거나 말거나...>

1.

한 번, 두 번, 세 번...
재발에 재발을 하는데도 병원에서 마땅한 치료법도 없다고 하고, 직장도 엉망, 가정도 엉망, 가진 돈은 퍽 퍽 깨져나가는데 주위에서 그랬다.

“어차피 틀린 사람은 틀린 거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않나? 차라리 빨리 가주는 게 도와주는 건데...”

정말 솔깃했다. 정말 이렇게 계속 나가다가는 몽땅 끌려들어가서 작살이 날 것만 같은 불안감이 나를 덮쳐왔다.

그런데, 우리가 지난 20년을 같이 보내온 세월이 영화처럼 스쳐가기 시작했다. 그 많았던 울고 웃었던 크고 작은 일들, 아이들이 하나 둘 셋, 태어나고 자라면서 지지고 볶았던 일들이...

- 에이, 그러거나 말거나!

죽거나 살거나 끝까지 포기할 수 없다는 한가지 선택만이 내 마음을 꽉 채웠다. 그러길 잘했다. 지금 많이 나아져서 흉보고 잔소리 주고받으며 티격태격 지낼 수 있으니!


2.

아내가 아프기 전에도 그랬다.
아무리 밤늦도록 일하고, 또 일하고, 몸무게가 빠져나가도록 일해도 도저히 오르는 전세값도 못 따라가고, 부모 잘만나서 잘 나가거나, 많이 배우고 학연 지연 온갖 유리한 환경으로 승승장구하는 사람들을 따라 갈 수가 없었다.

집 한 채 마련하자고 도시락 싸서 십년 이십년쯤 로봇처럼 일해도 불가능한 시절을 살았다. 그런데 그 목표하나로 아내도 아이들도 허리 졸라메고 날마다 때마다 야단치며 절약 또 절약하기는 애당초 내 습관이 틀려먹었었다. 성품도 까마득하니 택도 없었고,

그러니 차라리 그때 그때 가족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남 피해주지 않는 선이라면 그냥 내일없이 살았다. 오늘은 오늘 걱정만 하고,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면서,

사람들이 말했다. 적당히 자리나 정보를 이용해서 부수입 챙기고, 스카웃 받아서 옮겨다니며 몸값 올리고, 빚내서 집사고 또 팔고 사면서 부동산재테크도 좀 하면 금방 한 재산 모을 수 있다고!

그런데 그게 잘 안되었다. 타고난 새가슴에, 교회생활로 물든 겉만 도덕적 기준들, 아이들보기에 양심이 불편하다는 이유... 등,

- 에이,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와서야 그러기를 잘했다는 확신이 온다. 전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들이닥친 생사의 갈림길에서 안그래도 많은 죄들로 무거워서 두렵고 미안하고 못 견디는 판에 그 짐들까지 지고 왔더라면 어쩌나 싶은 생각에...


3.

죽지도 못하고 살기도 만만치 않은 고개길에서 어쩌나 망설이는데 어떤 일이 생겼다.
느닷없이 텅 비어버려 아슬아슬한 창고에 먹을 것 입을 것, 가장 중요한 병원치료비 아이들 생활비까지 채워주면서 허우적거리는 마음까지 달래주는 분들의 모임이 우리 가정에 다가왔다. 하나님이 주시는 생존유지비의 70-80프로를 담당하는 통로가 되어서,

벌써 30년째 ‘해와달’이라는 월간쪽지를 발행하면서 늘 그달 말이면 잔고를 제로로 탁 털어버리는 말도 안되는 기준으로 살아온 모임 ‘갈릴리마을! 그런데 죽지도 망하지도 않을뿐만 아니라 수십년을 신앙의 확인이 더해져 갈수록 반석이 되어가는 신앙단체.

어느 날 모임에서 우리 가정을 믿음생활을 해나가는 ‘대표선수’라고 호칭을 정해주셨다. 아픈 아내는 환자로 신앙을 지켜나가는 대표, 나는 가족을 돌보며 포기하지 않는 대표, 아이들은 어려움 앞에서도 굿굿하게 자기 할 일을 해나가는 자녀대표로...

처음에는 민망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고마웠다. 그리곤 다시 부담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내 모습이 흐트러지거나 너무 힘들어서 울고불고, 방황하거나 넘어지면 얼마나 여러 사람이 속상하고 쓰라린 배신감으로 의욕을 상실하실까? 그런 고민이 몰려왔다.

함부로 이전처럼 죽는 소리도 하기가 조심스러워지고, 딱딱하게 경직되어가면서 뭔가 불편하고 힘들어지는 내 모습도 느꼈다. 며칠씩, 때론 한달씩 잠수를 하기도 해보고, 막 힘들은 글 올렸다가 지우고하기도 여러번...

하지만 돌아보니 정말 고마운 사실 하나가 있었다. 쉽게 몰려오는 파도마다 빠져 허우적거릴수도 있었던 연약한 내가 이를 악물고 참도록 동기도 되고 촉진제가 되었던 ‘대표선수’라는 명칭이 주는 자부심! 그 덕을 정말 많이 보고 스스로 견디는데 바탕이 되었다.

대표선수는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는다. 물론 잘 못하면 비난도 비례로 엄청 받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또 격려도 해주고 비용과 성원을 보내주는 것은 분명 큰 힘이 된다. 오죽하면 홈그라운드니 응원의 힘이라는 표현을 하겠는가,


- 에이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모두 대표선수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믿음으로 이 세상의 유혹과 시련을 능히 자존심 지키며 살아가는 신앙의 대표선수 말이다. 그 힘이 결코 부정적이지 않고 큰 에너지가 되었음을 증언할 수 있다. 몇 번이고 언제라도!


4.

오래 계속되는 간병, 상황이 주는 매질앞에 장사는 없나보다. 그 사실을 자꾸 느낄 일이 많아졌다. 건강도 세월과 함께 약해지기도하고, 때때로 몰려오는 쌓인 무게들이 정서적, 감성적 우울함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어떤 때는 남들이 예언을 한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위로인지 포기하라는 권유인지 애매하게... 또 슬금슬금 외면을 하면서 멀어지기도 하고 발길을 끊기도 한다. 왜 안그럴까, 당사자인 우리도 지치는데 남이야 말해서 뭐할까?

영화나 소설을 보면 몇 년째 지극정성으로 돌보거나, 흔들리지 않고 기다리면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럼 이제 우리에게도 뭐 그런거 일어날 때도 되지 않았나? 뭐 이렇게 지독하게 오래가? 그러면서 실망 섞인 불평이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안팎으로 사면초가 위기인 셈이다. 이러다 정말 세상끝나는 날까지 요 모양, 요 꼴로 종지부를 찍고 니네가 그렇게 믿었던 하나님은 어디계시냐? 뭐 하시냐? 이런 빈정거림이나 받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 에이, 그러거나 말거나!

언제 안 아픈 사람은 다 오백년 천년쯤 살았었나 뭐! 믿는 사람이라고 다 떵떵거리고 복에 파묻혀 살다가 갔었나! 오십보 백보, 있는 사람 건강한 사람은 열 번 죽었다 깨어도 못 경험하는 온갖 일들을 다 느끼고 뿌듯했던 적 무지 많았었는데 손해만 본 것도 아니구만~~

- 에이, 그러거나 말거나! 하나님, 그렇지요? ^^*